[이사람] '라크로스'를 아시나요
기사입력 1998년 04월 23일 15시 54분
"라크로스가 뭐길래?"
한때는 수구선수, 강남 일대선 꽤 유명한 스킨스쿠버, 요트 강사로 물이라면 사족을 못쓰던 스포츠광.
경희대 체육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37살의 대학생 장정현씨.
이 `늦깎이' 대학생이 신종 스포츠 라크로스에 빠졌다.
황사현상이 전국을 뒤덮은 지난 21일에도 교내운동장 훈련땐 목청을 높이며 구슬땀을 흘리는 맹렬 스포츠맨.
지난달 5일 국내 첫 창단된 경희대 라크로스팀의 잘나가는 공격수다.
85년 인천전문대 시절 수구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할 정도로 물에서는 `귀신'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던 그가 91년 쌍방울그룹 비서실에 들어가면서 요란했던 `끼'를 잠시 중단했지만 지난해 편입시험을 통과해 대학생이 되면서 엉뚱한 곳에서 그 `끼'가 다시 발동했다.
`라크로스'.
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필드를 뛰고 달리는 스포츠.
남자의 경우 10명이 한팀을 구성해 그물 달린 스틱과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작은 고무공을 던지고, 낚아채고, 발로차서 상대팀 골대안에 집어 넣는 경기다.
"스피디하고 격렬하면서도 머리를 써야하는 라크로스를 보는 순간 승부를 걸어 볼만한 운동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월, 수, 금요일 방과후인 오후부터 2시간의 연습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아이스하키에서나 볼 수 있는 보디체크가 가능하기 때문.
"10살이나 아래인 후배들과 뛰다보면 온몸이 멍투성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느는 기량때문에 신이 난다"는 정씨는 훗날 라크로스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란다.
강의가 없는 날은 스킨스쿠버 장비 판매업체인 `썬스포츠'（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장사꾼으로 변신하는 정씨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7살난 딸을 둔 가장이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공부를 시작하고 그것도 모자라 운동에 빠진 남편을 고운 눈으로 보는 마누라는 없더라"는 정씨는 `썬스포츠' 사무실 벽을 향해 하얀 고무공을 연신 튕기고 있다.
올림픽에 라크로스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나설 날을 기다리며….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