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마니치] '정때문에 또 왔어요'
기사입력 1998년 04월 23일 15시 07분
"부산, 정말 좋은 곳입니다."
지난해 12월 대우에서 일본프로축구 세레소 오사카로 이적한 `유고특급' 마니치가 지난 20일 갑자기 내한, 깜짝쇼를 연출했다.
이날 마니치가 입국한 목적은 쇼핑.
지난해 대우의 프로축구 3관왕 싹쓸이 우승을 주도했던 그가 이번엔 `싹쓸이 쇼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최근 일본경제가 곤두박질 치며 물가마저 급등, 한국에서 쇼핑하는 것이 30만원이 넘는 도쿄_부산간 비행기값을 제하고서도 일본보다 훨씬 싸다는 것.
그가 3박4일간 산 것은 아이들 장난감, 개인 기호품, 아내의 생일선물 등 평소 마음먹었지만 높은 일본 물가때문에 손이 가지 않았던 물건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런 외유는 단지 이런 물품구매에만 있지 않다.
J리그에서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제 2의 고향'인 한국에서 잠시나마 치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4일 주빌로 이와타와의 경기서 J리그사상 최다 골차이인 1대9로 대패할때 일본 선수들과의 의견차로 라커룸에서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던 악몽을 생각하면서.
다행히 하석주가 중재에 나서 사태가 수습되긴 했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메마른 사회란다.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한가로운 쇼핑을 마친후 22일 도쿄행 비행기트랩에 오른 마니치.
"정말 대우 동료들이 그립습니다."
이리저리 얽힌 생각의 `씨줄과 날줄'을 하나씩 정돈해가는 그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보다 `끈끈한 정（情）'이란다.
[부산=전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