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 김동주] '파워 킹' … 살짝 갖다만 대도 펜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3일 03시 15분
`삼손인가 항우인가, 아니면 헤라클레스?'
풀스윙을 해도 도무지 공이 펜스에 이르지 못하는 타자들이 있다.
작년 프로 무대에서 타석에 선 8개 구단 241명의 타자들 중 단 한 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한 선수는 101명.
비율로는 42%에 이른다.
홈런을 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뭐니뭐니해도 파워.
주니치 이종범은 구질에 대한 동물적인 적응력, 빠른 방망이 스피드로도 곧잘 대포를 쏘아대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OB 김동주는 22일 인천 현대전에서 경기는 취소됐지만 믿기지 않는 괴력을 발휘, 관중들에게 멋진 팬서비스를 선사했다.
OB 4회초 무사 1루.
3번 김동주는 최고 150㎞의 빠른 직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던 현대 선발 정민태와 맞섰다.
풀카운트 실랑이끝에 9구째, 김동주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빠른 직구에 엉덩이를 쑥 뺀채 손이 나가 버렸다.
휘둘렀다기보다 `살짝 갖다 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
이런 장면에서 보통 나올 수 있는 것은 유격수 혹은 3루수 플라이.
하지만 떨어질 듯 하던 공은 멈출 줄을 모르고 쭉 뻗어 나갔고 밤안개 자욱한 인천구장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 어'하는 함성이 한꺼번에 일었다.
당황한 좌익수 전준호가 뒤늦게 쫓아가 간신히 공을 잡은 지점은 91m 펜스 바로 앞.
김동주는 엉망인 타격자세에서 단지 반사적으로 휘둘렀을 뿐인데….
기자실 한켠에선 "저게 인간이야?"란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경기가 거듭될 수록 시선을 끄는 신인 김동주, 22일 현재 3홈런인 그가 올시즌 과연 몇개의 아치를 수놓을 지 흥미롭다.
[인천＝김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