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종이학1만6천마리 접어 월드컵 16강 염원
기사입력 1998년 04월 22일 15시 28분
서울 신촌의 연세대앞에 가면 차범근 감독보다 더 한국축구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커피숍 `블루'의 주인 이광필씨(37).
그의 축구사랑은 좀 별나다.
영국에서 유학중이던 지난 90년 6월에는 월드컵이 열리는 이탈리아로 날아가 대형 태극기를 흔들며 `코리아'를 외쳤었다.
도중에 기차안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알거지가 되는 기막힌 일도 겪었으나 이방인들에게 차비를 빌려가며 마지막 우루과이전까지 응원을 마쳤던 그다.
그가 이번에는 종이학을 접고 있다.
98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대표팀을 위해 벌써 7개월째 정성을 쏟아붓고 있다.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된다'던 가수 전영록의 노랫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1만6천마리를 목표로 잡았다.
종이학 1만6천마리면 진짜 학이 16마리.
국민들의 염원인 16강의 꿈을 이루라는 뜻에서다.
이씨가 종이학을 접기 시작한 것은 작년 9월29일.
`9.28 도쿄대첩'으로 명명된 월드컵 최종예선 한_일전서 한국이 2대1로 역전승한 다음날이다.
"너무나 감격스러워 가만 있을 수가 없었어요. 선수들에게 뭔가를 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이씨는 그날부터 가게 계산대에 색지를 마련, 손님들과 함께 종이학을 접기 시작했다.
지난 19일로 1만3천700마리를 돌파했다.
앞으로 2천300마리 정도만 더 접으면 목표달성이다.
"가게를 다녀간 손님들은 거의 빠짐없이 종이학을 접으며 16강을 기원했죠. 종이학 하나하나에 격문을 써가면서요."
탤런트 김원희도 접고 가고, 개그맨 홍록기와 김경식도 몇 마리씩 보탰다.
이씨는 1만6천마리를 다 접으면 월드컵대표팀을 찾아갈 생각이다.
일단 1천마리씩 포장한 뒤 축구공 모양의 큰 비닐에 담아서.
종이학은 정사각형의 종이를 20번 접어야 1마리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1만6천마리에는 모두 32만번의 손이 가는 셈이다.
"종이학을 보고 최용수가 좋아하고, 서정원이 힘을 낼 수만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이씨는 벌써 또다른 목표도 세워뒀다.
프랑스월드컵 폐막일인 오는 7월12일부터 2002년 한_일 월드컵 개막 때까지 또다시 종이학을 접기로 한 것.
이번에는 7만5천마리다.
다음번엔 한_일이 아닌 남_북 7천500만 겨레가 하나되어 월드컵을 치러보자는 염원을 75마리의 학에 실어 북녘 하늘로 띄울 작정이다.
"종이학 날리기가 월드컵 개막식 행사에 포함될 수만 있다면…."
종이학에 담을 이씨의 또다른 소망이다.
[최재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