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잠망경] 수도권 산행코스 '개 입산' 논쟁
기사입력 1998년 04월 22일 14시 38분
개(犬)들도 등산을 즐길 권리가 있을까?
요즘 수도권 주요 등산로 입구에선 `개의 입산권'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애견을 데리고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과 이를 막는 매표소 직원간에 실랑이가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
때 아니게 `개 입산' 시비가 벌어진 것은 올들어 `애견족 등산인'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정릉 북악매표소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들어 주말마다 입산을 시도하려는(?) 개들이 줄잡아 50여마리나 된다는 것.
여기저기에 뚫려있는 이른바 `개구멍'으로 몰래 들어가는 경우와 배낭이나 옷속에 숨겨가는 것까지 포함시키면 100마리가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매표소측은 "지난해만 해도 개와 함께 산행을 하는 경우가 한달에 1∼2건에 불과해 단속하지 않았으나, 올들어 개 동반 산행이 부쩍 늘어나 금지시켜달라는 민원이 잦다"고 설명했다.
개 동반 산행이 폭증한 것은 돈 덜드는 레포츠로 등산이 인기를 끌면서, 개를 데리고 혼자서 산행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절대 다수인 `비애견파'들은 개들이 아무데다 똥오줌을 갈겨 산을 더럽히는데다 혹시 물릴까봐 겁난다는 것.
그러나 애견족들의 생각은 다르다.
2년째 주말마다 진돗개와 함께 북한산을 오르내렸다는 김영현씨(42·종로구 평창동)는 "개가 지저분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한다.
개의 배설물은 양도 적지만 곧바로 분해되므로 문제될 게 없고 오히려 사람들이 버리는 비닐 플라스틱 유리병 등 쓰레기가 더 큰일이라는 것.
그러나 북한산국립공원 일부 매표소들은 개들에겐 입산권이 없다고 유권 해석을 내려, `개 동반 금지' 표지판을 내걸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홍보실 박문규씨는 "개를 데려오지 말란 법은 없지만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 등에 포함된다면 단속할 수도 있다는 것이 공단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