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예인 '몸'만지는 '털보아저씨'
기사입력 1998년 04월 21일 16시 35분
19일 오후 6시30분 연강홀.라이브 공연을 앞둔 가수 이은미가 구레나룻을 기른 한 중년 남자에게 몸을 내맡기고 있다. 남자의 정체는 아마추어 지압사 김석용씨(42).
경기도 안양시의 카페 '갤러리 44'의 사장이기도한 김씨는 이은미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기를 불어넣는다. 이은미는 지압을 받는 동안 아프다며 자지러지게 소리를 질러대면서도 매공연때마다 어김없이 김씨에게 초청장을 보낸다.
그에게 지압을 받으면 목청이 탁 트여 몇시간 동안 쉬지않고 노래해도 힘들지가 않기 때문이다.이은미는 그러나 김씨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10년 전부터 길러온 구렛나루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이름 대신 '털보아저씨'로 부른다.
이은미 이외에도 김씨와 '신체접촉'을 가진 가수는 많다.리아,임창정,이현우,박상민,김장훈,김광진,양파,SES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모두 한차례 이상 김씨의 '주물림'을 받았다.
탤런트,개그맨,PD,방송작가,코디네이터,분장사 등 스쳐지나간 사람들까지 합치면 '환자'는 수백명에 육박할 정도.김씨가 연예가를 돌며 무료로 지압을 해주기 시작한 것은 3년전부터 .친구였던 가수 고(故)김광석씨를 통해 얼마나 많은 연예인들이 극심한 육체피로에 시달리고 있는 지 알게 됐다는 것이다.
지압시간은 환자(?)상태에 따라 다르다. 앉은 자세에서 머리와 상체만 간단하게 마사지 할때는 5분으로도 충분하지만 누워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마사지하려면 30분이 족히 걸린다.
"기를 불어넣어 지압을 하는 것이니만큼 처음에는 온몸에 힘이 쭉 빠졌습니다.이제는 요령을 터득한 덕분인지 하루에 10명 이상 지압해도 별로 피곤하지 않습니다."
돈 한푼 받지않고 일하지만 댓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이브 공연때면 수십장씩 티켓을 보내오거나 아들 앞으로 자필사인을 해주는 가수도 간혹 있다.
"지압은 23살때 배웠습니다.디스크에 걸려 5년여간 엎드려 지낸 적이 있는데 동대문에 있는 한 지압사를 통해 병이 나은 뒤 사사했어요"
틈틈이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어 지난 96년 개인전을 갖기도 한 김씨는 미술인들에게도 무료로 지압을 해줘 선물로 받은 미술품만 트럭 세대분은 된다고 자랑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