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잠망경] 줄만 서주는 '메뚜기 아빠들'
기사입력 1998년 04월 20일 14시 32분
휴일 놀이공원마다 `메뚜기 아빠'들이 설치고(?) 있다.
지난 휴일,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 등의 인기 놀이시설물 앞에는 가족들을 위해 줄을 대신 서주는 `메뚜기 아빠'들이 맹활약을 했다.
아이들 소풍 배낭과 아내의 핸드백을 들고 놀이시설 앞에서 줄을 서 있다가, 가족들이 나타나면 자리를 내주고 시치미 뚝떼고 사라지는 젊은 가장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 가장들에겐 이곳저곳 `폴딱폴딱' 옮겨다닌다고 해서 `메뚜기 아빠'란 애칭이 붙었다.
행락철 놀이공원에서 인기 시설물을 타려면 최소한 20∼30분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오는데, 최대한 놀이시설을 많이 타기 위해 `메뚜기 아빠'들이 눈물겨운 가족 봉사를 벌이는 것.
19일 가족과 함께 용인 에버랜드를 찾았던 회사원 김종수씨(35)는 "대학시절 여자친구를 위해 도서관 자리를 대신 잡아주던 왕년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아내와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를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서울랜드 관계자들도 "IMF 이후 놀이공원에 와서도 가족을 위해 발벗고 뛰는 `고개숙인 남편'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하루 2만∼3만원짜리 자유이용권의 본전을 뽑기 위한 알뜰소비 형태"라고 분석했다.
[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