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야구탐구] '국내스타' 살리자
기사입력 1998년 04월 16일 15시 19분
지난 14일 도쿄돔에서는 주니치 선동열이 진땀을 흘린 끝에 시즌 첫 구원승을 올렸다.
우리에겐 낭보였지만 일본 현지는 그와 반대로 요미우리의 신인 다카하시가 9회 선동렬로부터 뺏어낸 홈런에 더 열광했다.
지난해 1개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은 선동열로부터 `골든 루키'로 불리우는 다카하시가 홈런을 뽑아냈으니 그를 영웅화시키는데 전 매스컴은 전폭적인 지원을 보냈다.
예전부터 요미우리의 유망주를 스타로 만들려는 일본 매스컴의 피나는 노력을 보노라면 해도 너무한다 싶기도 했지만 솔직히 부러울 때도 있었다.
스타는 만들어지는 것이란 스포츠의 속성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다카하시에 비하면 OB의 김동주는 지난 겨울 매스컴으로부터 너무나 푸대접을 받았다.
우리떡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필자가 보기엔 똑같이 대학을 나온 신인 김동주와 다카하시를 비교해 볼때 김동주가 한수 위다.
그것은 지난해 성적만 봐도 알수 있다.
김동주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0.538의 타율과 9개의 홈런, 19타점으로 최우수선수가 된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그런 김동주는 국내에서 자기보다 몇수 아래라고 평가받던 아마출신 선수들이 단지 미국으로 진출한다는 사실만으로 스토브리그동안 화려하게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걸 보고서 서글퍼졌을 건 당연했다.
투수라는 이점 하나만으로 메이저리그 팀들의 표적감이 되면서 호들갑을 떨지 않았는가?
김동주를 잘 아는 지도자는 이렇게 필자에게 말한적이 있다.
"두고 보십시오. 대단한 선수라는 걸 알테니. 힘만 있는게 아니라 유연한 몸은 겉보기와는 다릅니다. 그리고 근성도 있어요."
그런 김동주가 해태와의 개막전부터 일을 저지르더니 삼성과의 홈 첫경기에서도 결승타를 때려 팬들을 열광시켰다.
아직도 다듬어야 할 부분이 없는건 아니지만 천부적인 타격감각으로 어떤 공이든 때려낼 수 있는 힘과 기량을 갖추었기에, 타격하는 순간 몸 중심이 위로 조금 떠오르는 나쁜 습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김동주가 유의해야 할 점은 가면 갈수록 투수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온다는 것.
따라서 신인으로서는 벅찬 과제지만 중심을 하체와 발바닥에 두고 중심이동을 하는 기본기에 충실해야만 자신의 목표(30홈런, 100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개막후 최고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는 금년 팬들을 흥분시키는 재목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 그가 왜 애틀랜타 올림픽때 대표선수에서 탈락됐는지는 아직도 필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제 우리도 국내 스타를 키워주고, 아끼고, 사랑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것은 최근 해외파에 주눅든 국내 선수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