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화관광부에 고함
기사입력 1998년 04월 13일 14시 46분
새정부가 들어선 뒤 체육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마도 체육쪽은 되는 일들이 없을거야…"가 바로 그것이다.
체육인들은 정부 명칭이 문화체육부에서 문화관광부로 바뀌었으니 체육정책의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5공과 6공시절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스포츠를 새정부의 일부 인사들이 곱지 않은 눈으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새정부 5년동안 체육은 침체내지는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려운 출판계의 회생을 위해 500억원을 지원하고 영화 진흥을 위해 100억원을 후원하겠다는 문화관광부가 운동팀의 해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체육계의 현실을 알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IMF 여파로 배구 씨름 등 19개종목에서 41개의 실업팀이 해체돼 수많은 체육인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는 한국스포츠 경쟁력의 산실인 실업팀들이 해체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건너 불구경'이다.
재정난으로 해체된 팀을 인수할 기업을 주선해 준다든지, 생계를 잃은 체육인들을 재교육 시켜 다른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든지 하는 체육인들을 위한 정책은 뒷전이다.
때문에 체육인들은 현재의 정부가 체육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 할지는 몰라도 양과 질에서 문교부 체육국 시절인 30년전으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요즘 쟁점이 되고 있는 월드컵 주경기장 선정문제에서도 문화관광부의 체육 홀대의 모습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는 서울 상암동의 월드컵축구 주경기장의 건설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짓지 않겠다고 사실상 결정했다.
축구 전용구장인 주경기장을 짓는데 얼마가 들고 경제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야 할 곳은 재정경제부지 문화관광부는 아니다.
문화관광부가 할 일은 월드컵 주경기장을 지을 경우 한국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이라든지, 서울에 축구 전용구장이 생김으로써 우리축구가 얼마나 발전할 것인지 등을 부각시켜야 했다.
경제성이 없다고 지적되는 전용경기장 문제도 학자와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설득력있는 주경기장 활용 방안을 만들어 냈어야 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는 이같은 노력보다는 엉뚱한 논리로 오히려 스포츠 종사자들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역할을 했다.
축구 전용구장이 경제성이 없다는 논리를 편다면 수원을 비롯 광주 대전 울산 서귀포 전주 등의 전용구장 건설도 당연히 막아야 하는 것 아닐까.
월드컵을 치르고도 축구전용구장이 하나도 없다면 우리는 후세에 그것을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른 이후 한국은 줄곧 올림픽 10위권에 드는 등 스포츠 선진국의 위상을 지켜왔다.
인구 5천만명의 작은 나라에서 엄청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체육인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문화관광부는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 스포츠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 올린 한국체육의 경쟁력이 하루 아침이 붕괴될 것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과연 체육인들만일까.
[부국장대우 체육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