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9단맞수' 이창호- 유창혁 '또 맞붙는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12일 15시 53분
`창이냐, 방패냐.'
바둑 라이벌인 이창호 9단과 유창혁 9단이 세계 정상에서 또 맞붙는다.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제9기 동양증권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우승 상금 1억2천만원) 결승 5번기.
이_유 대결은 70∼80년대 한국 바둑계를 양분한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의 `조_서 라이벌전'에 비유될 만큼 바둑팬들의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은 바둑 스타일에서도 상당히 달라 취향에 따라 고정 팬도 분산되고 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천재' 이창호 9단의 빈틈없는 수읽기와 계가는 이미 신선의 경지에 올라 있다.
반면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은 날카로운 공격력과 화려한 행마로 세계의 고수들을 쩔쩔매게 한다.
충암고 선-후배 사이인 유창혁과 이창호는 지난 10년간 세계 대회에서 9판을 싸웠다. 5승 4패로 이 9단이 박빙의 우위.
국내 대회까지 합한 전적은 이 9단이 90전 61승 29패로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국제 기전에 전력을 쏟아붓는 유 9단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번 동양증권배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승부라는 게 바둑계의 평이다.
지난 96년 제8회 TV바둑아시아대회 결승과 지난해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선 이 9단이 두번 다 이겼다.
그러나 유 9단은 세계대회에서 이른바 `이창호의 킬러'.
유 9단은 지난 89년 제1기 동양증권배의 첫 맞대결에서 이 9단을 꺾은 후, 지난 96년 응씨배 8강전에서는 `응씨배 한번 차지해 봤으면'하고 고대하던 이 9단을 물리친 후 단숨에 정상을 차지했다.
유 9단은 또 지난 96년 제1회 삼성화재배 준결승전과 올해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에서도 이 9단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하며 번번이 이 9단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 9단으로서는 세계 최대의 난적이 바로 유 9단이다.
이에 대해 `돌부처' 이 9단은 예의 묵묵부답.
[나성률 기자]
반면 큰 싸움에서 패해도 "나 배터리가 다 됐나 봐"라며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유 9단은 "부담이 별로 없다. 담담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