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진풍경] '오토바이 출근족' 승용차와 맞바꾸기
기사입력 1998년 04월 10일 14시 23분
"오토바이와 바꿔줄 수 없습니까."
"100만원 이상은 어렵겠는데요. 스쿠터가 탐나면 20만원 더 얹으세요."
서울 퇴계로에 있는 오토바이 대리점 국제모터스의 노재우사장（47）은 지난달 30대 중반의 한 남자손님과 `해괴한 흥정'을 벌였다.
93년식 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온 이 손님이 뜬금없이 노사장에게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맞바꾸자는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10여년 넘게 장사를 했던 노사장도 처음 겪는 일이어서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차량 상태가 그런대로 쓸만해 차값을 100만원으로 셈하고 흥정을 시작했다.
손님은 곧 노사장의 제시액을 받아들였고 손님이 차액 20만원을 건넨뒤 120만원짜리 스쿠터（노클러치 오토바이）를 구입하는 것으로 거래는 끝이 났다.
폭등하는 기름값을 못이겨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맞바꾸는 현장의 풍경이다.
지난해 1ℓ에 600∼7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이 1천47원으로 치솟다보니 기름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일부 오너드라이버들이 승용차를 팔고 대신 `오토족'으로 변신하고 있다.
연비가 1ℓ에 10㎞인 승용차로 하루에 50㎞를 운행한다고 가정할 때 일주일에 들어가는 연료비는 약 3만6천600원.
그러나 1ℓ에 30㎞를 달리는 90cc의 스쿠터는 1만2천원이면 넉넉하다.
게다가 기동성도 뛰어나 교통지옥의 도시에서 출퇴근이나 업무용으로 그저 그만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금강기획 스포츠사업팀의 윤종우씨（26）도 `오토족'.
승용차를 타고 다니던 윤씨는 지난 1월 300만원짜리 중고 오토바이를 산뒤 3월부터는 교통수단을 오토바이로 바꿨다.
교통비도 절약됐지만 한달에 20만원 이상 들어가는 주차비, 보험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더욱이 윤씨의 오토바이는 `부서 업무용'으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러시아워라도 30분이면 충분히 목적지에 도착한다. 눈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울 때 어려움이 있지만 양복 위에 점퍼를 입으면 견딜만하다."（윤종우씨）
`오토족'이 늘면서 호황을 누리는 곳은 오토바이 가게.
지난 연말까지 한달 매출이 10∼20대를 넘지 않았던 국제모터스는 최근 2개월 동안 90만∼170만원의 국산 스쿠터를 30∼40대나 팔아 `IMF특수'를 짭짤히 올렸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