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팝과클래식' 경계 허문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08일 15시 26분
팝 음악에 있어 재활용이 화두로 떠오른 것도 90년대 후반의 특색.
웬만한 발라드 히트곡이 발매 2∼3주가 지나면 댄스 뮤직으로 편곡돼 시장에 등장하는 상황에서 클래식을 원용하는 경우,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스위트박스의 `에브리싱스 고너 비 올라잇'과 안젤리카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이색적인 편곡으로 주목을 끈다.
클래식의 멜로디를 샘플링한 흑인 음악은 지난해부터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파헬벨의 `캐논'을 사용한 쿨리오의 지난해 히트곡 `시 유 휀 유 겟 데어'나 비발디의 `사계'를 이용한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이 대표적인 경우.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토대로 만들어진 `에브리싱스 고너 비 올라잇'이 친숙하게 들리는 데는 이런 선배들의 공헌도 크게 작용한다.
스위트 박스는 프로듀서 지오(GEO)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프로젝트 그룹. 여성 싱어 티나 해리슨의 다소 거친 목소리를 선택한 것이 의외로 고전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R&B와 클래식의 만남이 최신 유행이라면 클래식과 메탈의 만남은 리치 블랙모어의 레인보가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디피컬트 투 큐어'로 바꿔놓은 후 수없이 많은 시도가 있어온 부문.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바로크 메탈'이라는 장르가 생길 정도로 다른 장르에 비해 클래식과의 관련이 깊었지만 프로듀서 클리프 매그니스의 영감에 의해 만들어진 프로젝트 그룹 안젤리카처럼 아예 여성 소프라노를 그대로 이용한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
앨범의 백미는 역시 `밤의 여왕의 아리아'. 모차르트의 `마적'에 나오는 이 아리아는 스티브 바이의 기타와 소프라노 로리 스틴슨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
로리 스틴슨의 목소리가 몽환적인 에릭 존슨의 기타와 어우러지는 `아베 마리아'도 또 다른 매력을 던져준다. 미국 팝계를 대표하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도 `예수, 조이 오브 맨스 디자이어링'에서 키보드 연주를 들려준다.
[송원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