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용의 눈물'인기업고 새 관광명물로 뜬다
기사입력 1998년 04월 08일 03시 26분
"양녕대군의 한이 서려 있는 은행나무를 아십니까?"
과천 서울랜드는 최근 공원안 호숫가에 서 있는 아름드리 고목(古木)이 TV드라마 `용의 눈물'에 나오는 호방한 왕세자 양녕대군 집안과 인연이 깊다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이곳을 관광 명소로 꾸미기로 했다.
양녕대군의 후손들이 지금의 서울랜드 자리에서 1970년대 말까지 살았다는 얘기를 우연히 전해들은 서울랜드측은 국조조감과 연려실기술 등 옛 문헌을 통해 520년된 은행나무에 얽힌 사연을 찾아낸 것.
1418년 왕세자 양녕대군(1394∼1462)은 아버지인 태종의 명을 어기고 사냥에 나섰던 게 결정적 계기가 돼 궁궐에서 쫓겨나 경기도 광주에서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양녕대군은 훗날 조카인 세조의 허락을 받아 다시 사대문 안으로 거처를 옮기지만, 그의 맏아들인 순성군은 청계산자락(현 서울랜드 자리)에 눌러앉아 아버지가 있는 한양을 바라보며 매일 아침 망배(望拜)를 올렸다고 한다.
순성군이 양녕대군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자, 아들 오천군이 청계산 자락에다 순성군과 어머니인 정씨 부인을 합장한 다음 제실을 짓고 은행나무를 심었다는 것.
그후 양녕대군의 후손들은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15대까지 살아오다가 1970년대 말 서울대공원 조성사업이 시작되자 다른 곳으로 옮겨갔으나, 선산의 제실 앞에 있던 이 은행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돼 공원 개발사업에도 불구하고 뽑히지 않고 살아남았다.
서울랜드측은 "이 은행나무는 수령으로 짐작해 양녕대군의 손자인 오천군이 심은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나무 앞에다 안내문을 세우고 쉼터도 마련하는 등 새로운 명소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