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쌍방울 선수들 '동료애는 우리가 최고'
기사입력 1998년 04월 03일 14시 12분
★…쌍방울 선수들의 애틋한 동료애가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2일 슈퍼토너먼트대회 개막식서 현대를 깨고 첫 승을 따낸뒤 경기 MVP에 오른 김성현.
"오늘 내가 밥 살게."
35세 고참의 즉석 공약이었다.
고교 졸업이후 16년만에 처음 받아보는 상이어서 그냥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순간 떠오르는 후배들의 얼굴을 지나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50만원의 상금이 통장으로 입금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대회가 끝난뒤 전주에서 한턱 내기로 했지만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꽉 차있었다.
쌍방울 선수들은 이날 새로운 룰을 하나 만들었다.
홈런（30만원）을 치거나 MVP로 선정돼 받은 상금을 적립해 함께 쓰자는 것.
4강에 올랐으니까 앞으로 많아야 2경기.
그래도 너나 할 것없이 "최소한 200만원은 돼야 이 많은 대식구가 한끼라도 제대로 먹지"라며 한마디씩 거든다.
쌍방울 선수들이 머무는 곳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L호텔.
하루 숙박료가 3만원대인 호텔로 포장된 여관이다.
지은지가 하도 오래돼 케케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지만 선수들은 이미 익숙해졌다는 듯 초연한 표정.
유흥가 때문에 주위가 시끄러워 제대로 숙면을 취할 수도 없을 지경이지만 `50만원의 정담'에서 보듯 동료애 만큼은 8개구단 최고임을 자부한다.
2일 저녁 호텔 지하의 허름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서로의 어깨를 보듬으며 웃음꽃을 피우는 쌍방울 선수들.
이들에게는 `둔촌동의 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게 분명하다.
[양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