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 추적(2)

기사입력 1998년 04월 01일 14시 35분

정보국장 무스타파는 40대 중반으로 현역 육군소장이다.

그는 카이로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람세스 힐턴의 객실에 앉아 있었는데 찌푸린 표정이었다.

두툼한 콧날 밑의 입술은 굳게 닫혔고 시가 연기는 콧구멍으로만 나온다.

이윽고 그가 앞에 앉은 40대 쯤의 서양인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그 놈도 지금 동양인들을 쫓고 있겠군."

"아마 그럴거요."

서양인이 머리를 끄덕였다.

"운이 없었지. 다 잡은 고기를 놓쳤으니."

"운전사 이야기를 들으면 그 한국인이 대단한 모양이던데. 그 놈을 잡아묶어 운전사와 함께 짐칸에 실었다지 않소?"

"방심했겠지요. 그 자는 잔인한 놈입니다. 이제까지 사드한테 당한 요원만 넷이오."

"놈이 우리를 갖고 노는군."

입맛을 다신 무스타파가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CIA 이집트 지사장 워렌이다.

"그 한국 군인이 끼어들고 나서 작전이 엉망이 되어 버렸소. 워렌, 이젠 하무드를 찾을 길도 막막하고 말이오."

"하지만 요시에를 구해 냈지않소!"

아라비아 사막에서 총에 맞아 죽으면서 요시에를 빼앗긴 두 사내는 워렌의 이집트인 부하들이다.

당국에서는 정보요원들이 죽은 것으로 발표가 되었지만 실제는 CIA가 이번 사건에 공동작전을 했다.

무스타파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대사관에서 항의가 왔습니다. 이준석이는 총기를 소지하지도 않았고 요원들을 죽일 이유도 없다는거요."

시가 연기를 길게 품은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예상외로 강력한 항의였소."

"그들을 찾기 위해선 어쩔수 없습니다. 무스타파국장, 사드한테 K_7 장치가 넘겨지면 안돼요."

"K_7은 정말 존재하고 있는 겁니까?"

"군터가 죽기 전에 암호명이 이글인 하마니파 정보원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군터의 스위스 은행 통장에 죽은날로 500만불이 입금된 것이 확인되었어요."

"…."

"놈들은 군터를 함께 죽여 비밀을 묻으려고 했지만 이글이 우리에게 발각되었지."

"그럼 이글이 K_7의 자료를 가져 갔을까?"

"그렇소. 버스에서 내린 세 놈 중의 하나가 이글이오."

하마니파는 회교원리주의 단체에서도 이탈한 테러집단으로 수장은 하심 하마니였는데 리비아와 이라크의 지원을 받는 극렬주의 집단이다.

그러나 본부와 소속원의 명단은 아직 미궁에 빠져있는 것이다. 무스타파가 시가를 재떨이에 비벼껐다.

"빌어먹을. 난 사드가 모사드에서 보낸 놈이라고 믿소. 워렌씨."

그의 거친 시선이 워렌에게 향해졌다.

"이집트 내부를 이렇게 휘젓고 다니는걸 보면 틀림없는 모사드 요원이오."

"어쨌든 그 동양인 커플을 찾는것이 우선이오."

워렌이 탁자 위에 펼쳐놓은 카이로 지도에 시선을 내렸다.

"소노다의 딸 요시에가 지금쯤 이글의 존재를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입맛을 다신 무스타파가 다시 새 시가를 꺼내 물었다.

유일한 목격자인 하무드의 행방을 발설하지 않았다. 그는 시가에 불을 붙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