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인터뷰] 'ML정복,이제 첫 계단 올랐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29일 16시 20분
메이저리그 도전 5년째.
25세 청년 박찬호의 대변신은 전통적인 투수 왕국 LA 다저스의 에이스 자리를 탐낼 정도로 눈부시다.
5번째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1점대의 방어율, 9이닝당 1개가 훨씬 못미치는 4구 허용, 폭발적인 강속구에 곁들여진 다양한 구질 등 박찬호는 내셔널리그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선발 투수로 올라섰다.
삶을 관조하는 자세마저 훨씬 여유롭고 의젓해진 박찬호를 29일 다저 스타디움에서 만나 야구와 인생의 속속들이를 캐봤다.
_올 스프링 트레이닝은 확실히 달랐는데.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편안해졌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도 없고, 자신감에 넘치며, 늘 하던 익숙한 일들을 다시 하니 즐겁다. 영어도 많이 늘어 의사 소통이 편하니 경기도 훨씬 안정되게 이끌게 됐다.
_2년간 300만 달러의 계약이 영향은 있는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팀에서 거액을 준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겠다.
_메이저리그에서 꼭 경쟁해 보고 싶은 투수는.
▲한번도 어떤 선수를 이겨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단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정을 베풀어준 오렐 허샤이저나 놀란 라이언, 그레그 매덕스같은 투수들을 보면서 목표가 생기고 배운 것도 많았다. 지난 시즌 사이영상을 받은 페드로 마르티네스（도미니카）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에 큰 자극을 받았다.
_삶에 대한 시각이나 자세의 변화라면.
▲물론 많이 틀려졌다. 나는 감성적 성격이라 감정의 기복이 심한데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_주위에서 20승, 사이영상 등 기대가 아주 큰데.
▲그것도 하나의 절제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절감한 것은 다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또 마음에 품으면 실망이 커질 수가 있어 욕심을 안내기로 했다.
_선을 보거나 결혼에 대한 계획은.
▲유명인이 돼서 선을 보기는 힘들다. 어머니가 언젠가는 짝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믿고 있다.
_한국 선수들이 대거 미국 야구에 도전하고 있는데.
▲많이 오면 올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하나 걱정은 단시일에 성과를 거두려는 조급함인데, 미국 선수들처럼 마이너리그부터 고생해야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그들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_이번 시즌에 32∼35번 등판하게 돼 16∼17승이 기대되는데.
▲결과는 누가 알까（웃음）. 1승, 1승을 착실히 쌓는게 중요하다.
_다저스의 전력은.
▲변화는 없었지만 저력은 있으므로 조우승은 차지하지 않을까.
_먼훗날 은퇴하고 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가족이든 애인이든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리고 힘든 사람을 돕고 싶다. 얼마전 LA에서 갱단에 들어가려는 여학생의 편지를 받았다. 경기마다 열심히 성원한 인연으로 당장 답장을 했는데 마음을 잡을 수 있게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_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할수 있는지.
▲매일 뛰면서 생각하고 있는 과제다. 앞으로 10년을 더하면 3천650일을 이렇게 뛰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힘이 빠질 때가 있다. 그러나 항상 목표를 세워왔고, 그것들을 이루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 왔기에 충분히 해낼수 있다고 믿는다.
_등판할 때마다 이길 수는 없는데.
▲패배는 빨리 잊는 편이다. 잊어야 다시 이길 수 있는 투지를 가다듬게 된다.
_동료들과의 사이는.
▲많이 좋아졌다. 관심도 많아지고 존중도 해주고 특히 보람있는 것은 나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_처음 미국에 왔을 때 10계단의 목표를 세웠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인지.
▲기분으로는 이제 첫 계단을 오른 느낌이다. 남들은 3계단쯤 왔다고 보는 것 같은데.（웃음）.
_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한시도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잊은 적이 없다. IMF로 시름에 잠긴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조금이나마 기쁨을 드리도록 온힘을 다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