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순] '후배들아!나 혼자 떠나 미안해'
기사입력 1998년 03월 27일 16시 36분
"후배들아, 미안하다. 나 혼자 떠나다니…."
지난해 12월 해체돼 제3자 인수를 기다리고 있는 한일합섬 배구단의 `왕언니' 김남순（28．1m80）이 29일 오후 1시 서울 명륜동 유림회관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상대는 동갑내기 배구선수인 김철수（1@88．한국전력）.
이들은 3년전 친구의 소개로 만나 배구코트에서 사랑을 가꿔왔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고 있는 김남순.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썩 밝지가 않았다.
"10여년 동안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던 팀이었는데…. 팀이 가장 어려울때 나 혼자 훌쩍 도망나오는 것 같아서…."
지난달 모기업의 지원이 완전히 끊긴 배구단은 현재 훈련장소마저 확보하지 못한 상태.
때문에 구민정 최광희 박승남 등 3∼4명의 주전들만 계열학교인 한일전산여고 체육관에서 여고선수들과 함께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화려한 은퇴식은 꿈도 안꾸었어요. 하지만 한창 뛸 나이인 후배들이 훈련할 곳이 없어서 방황하는 것을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파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팀을 인수한다고 들었는데…."
지난달까지만 해도 후배들과 어울려 비지땀을 흘리기도 했던 김남순은 이달초부터 배구공을 놓았다. 결혼과 함께 현역에서 은퇴하기 때문이다.
"29일 결혼식날 후배들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에 눈물을 흘리면 안되는데…."
[김 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