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유흥업소 호객꾼들 불황타파 원정영업
기사입력 1998년 03월 24일 15시 21분
IMF한파가 `밤의 문화'까지 바꿔버렸다.
늦은 밤 서울의 신촌이나 종로, 장안동 등 유흥업소가 밀집된 지역에서 한번쯤 만나게 되는 호객꾼.
속칭 `삐끼'로 불리는 호객꾼들의 영업방식이 IMF시대에 걸맞게 체질개선이 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영업권이 업소 근처가 아닌 강남과 강북을 넘나드는 `원정삐끼'가 그것.
지난해 홍모씨（20）가 영등포에 술집을 차려놓고 신촌으로 원정, 손님을 데려가 강도로 돌변했던 사건을 통해 일반에 알려졌지만 최근의 `원정삐끼'는 자신이 손님으로 변신해 다른 술집의 손님을 빼돌리고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가장해 다른 환자에게 `명의'가 있다고 유혹하는 `병원 호객꾼'과 같은 수법.
나이트클럽 룸살롱 단란주점이 뒤섞여 거대한 유흥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서울 장안동 경남호텔 주변에서 `원정삐끼'로 이름난 P군（19）.
책임자인 `큰형님', 조직원 4명과 한팀을 이루고 있는 P군이 행동개시를 하는 시간은 술꾼들이 `1차'를 마감하는 오후 9시쯤.
행선지는 감자탕집 등 선술집이 밀집한 천호동 뒷골목으로 P군은 한 호프집에서 맥주 500cc를 주문하고는 느긋하게 술잔을 기울인다.
물론 눈동자는 사방으로 정신없이 굴러가는데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고 대화가 음담패설로 이어지는 손님은 영낙없이 P군의 `사냥감'이다.
합석에 성공하면 함께 웃고 떠들다가는 은근히 "물좋은 술집을 알고 있다"고 제의, 자신의 업소로 안내하는 것으로 P군의 업무는 끝난다.
P군은 "일은 고되졌지만 효과는 그만이다"라면서 "다른 삐끼들은 수입이 줄었지만 우리는 월 평균 1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P군은 일부 `원정삐끼'가 턱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등 비정상적인 영업으로 손님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또다른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중이라고 귀띔했다.
[권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