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서능욱 9단●강 훈 9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24일 15시 21분
제6보(87∼101)＝서 9단이 대표적인 속기파라면 강 9단은 대표적인 장고파다. 그의 바둑을 보면 `1분 초읽기'에 몰리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초읽기하면 떠오르는 기사가 조치훈 9단이지만 강 9단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초읽기 기사들의 유형은 대략 두가지.
의식적(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더라도)으로 주어진 여건(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유와 한수 한수 열심히 두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초읽기에 몰리는 유. 물론 굳이 구별해본 유형이지만 강 9단은 후자 쪽이다.
그의 신조는 승패를 떠나 반상 위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것. 최선을 추구하다보면 한수 한수가 치열하다. 따라서 끈쩍끈적하고 잘 무너지지 않는 바둑이 그의 특성. 그래서 그와 상대하는 기사는 모두 홍역을 치르게 마련이다.그만큼 상대의 진을 빼는 기사이며 가장 껄끄러운 기사가 강 9단이다.
팻감이 마땅치 않은 흑은 고심 끝에 87로 우변을 파호하는 팻감을 써왔는데 이 수가 어정쩡했다. 그것은 이후 흐름에서 나타나는데 어차피 흑 93에 백이 94로 불청한다고 봤을 때 흑 87로는 [참고도 1] 흑 1로 팻감을 쓰는 것이 강력했다.
백 2에 팻감부족인 흑은 3으로 뻗고 백 4로 패를 해소하면 5로 넘어 둔다. 그러면 실전 처럼 다음 백 A로 공격해와도 우변 백 모양이 허술해 흑으로선 충분히 싸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흑 95도 욕심. 지금이라도 [참고도 2] 흑 1로 연결해두는 것이 급했다. 백에 2∼6까지 당하더라도 이것이 오히려 긴 바둑이었던 것. 결국 백 96, 98의 봉쇄가 통렬했고 흑으로선 101까지 끊고 싸울 수밖에 없는 모습인데….
92＝△의 자리.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