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전] 22인 22색 '키스의 미학'
기사입력 1998년 03월 23일 14시 49분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원한 주제다. IMF 체제로 대량실업과 부도, 자살 등 사회가 어둡고 힘들어질수록 가슴 따뜻한 사랑과 사랑의 표현은 절실하다.
그래서일까. 난해하고 철학적인 주제로 달려가던 화단에 대중예술이 즐겨다뤄오던 `키스'를 정면으로 다룬 기획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갤러리사비나(736－4371)가 26일부터 4월 16일까지 선보이는 `입맞춤(The Kiss)'전.
참여작가는 권여현 공성훈 김난영 김봉준 김준 박불똥 박항률 배준성 안창홍 이혁발 정복수 최석운 박순철 정명희 구본주 김익성 이일호 한애규씨 등 대부분 젊은 시각과 감각을 보여온 30∼40대 작가 22명.
다양한 키스장면을 보여주는 이들의 작품은 다양한 상황설정과 함께 직－간접적인 묘사와 풍자, 위트 등이 번뜩인다. 정복수 김봉준 우창훈씨는 남녀의 적나라한 성애를 표현했고, 이혁발씨는 동성연애를 묘사.
그런가하면 정치－사회 문제를 즐겨 다뤄온 박불똥씨는 살인광 킬러를, 김준은 해골들의 키스로 사랑을 풍자하기도 한다. 또 이일호와 한애규씨는 조각의 특성을 살린 입체와 부조 작품을 통해 주제를 표현하고, 정명희씨는 자연과의 사랑, 박순철씨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정(情)을 묘사해 신선한 감각과 따스한 미의식을 보여준다.
한편 주최 화랑인 갤러리사비나는 IMF 한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기획전과 초대전을 벌여 화랑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창립 2년의 신생화랑. 이명옥대표는
"모두 힘들고 어렵다고 움츠리고 있어 시장활성화 등을 겨냥해 재미있는 전시를 기획했는데, 반응이 좋아 지방 순회전시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자칫 통속화될 수 있는 주제의 한계를 높은 작가 수준과 독창성으로 견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술전시로는 예외적으로 `스타랜드' `현암사' `일동제약' 등이 협찬, 출품작가와 작품을 아트엽서 쿠션 머그잔 배지 열쇠고리 퍼즐액자 등 문화상품을 제작, 판매한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