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냉전의 봄(5)
기사입력 1998년 03월 18일 15시 17분
저수지의 물은 고여있을 때 순하고 잠잠하지 일단 보( )가 터지면 세상 어떤 것보다 무서운 법이다.
킹파의 사자들이 그랬다.
그동안 패트롤카가 무서워 터질 듯한 욕구 불만을 참으며 살았던 킹파 조직원들은 국경을 무너뜨리자 미친 듯이 날뛰었다.
암사자들은 꼬리 빠지게 달아나 구석구석에 숨었다.
바우가 뒤늦게 나서 수습하려고 했지만 누구 혼자 힘으로 진정될 사태가 아니었다.
영리한 바우는 우선 몸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칠, 시저도 어쩔 수 없이 달아났다.
사파리는 순식간에 킹파 세상이 됐다.
호랑이 공화국같으면 도망간 놈들을 잡아 린치를 가하겠지만 사자들은 달랐다.
사자는 호랑이와 달리 패배를 인정하고 달아난 적에게는 관대하기 때문이다.
덤비는 적은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응징을 하지만 항복한 적에게는 더이상 공격을 하지 않는 아량이 사자에게 있는 것이다.
킹파 조직원들은 곳곳에 숨어있던 암컷들을 찾아내 몸을 마구 약탈했다.
암사자들도 대세를 알았는지 별다른 저항없이 킹파를 받아들였다.
킹과 카미, 장쇠, 칭기즈칸은 번갈아가며 암컷들을 유린했다.
킹파가 결성되고 처음으로 `단체 짝짓기'를 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발정기를 맞은 암컷이 2마리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킹파의 식구가 4마리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랐다.
처음에는 `10초'가 끝나면 다른 수컷이 `10초'를 즐기고, 또다시 다른 수컷이 `10초'를 하는 식의 릴레이 방식으로 짝짓기가 진행됐으나 그 정도로는 그동안 고인 봇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장쇠가 `파티장'을 떴다.
아직도 `할일'이 많은 장쇠가 암컷들을 다른 조직원들에게 양보하고 자리를 뜬 것은 또다른 목적이 있었다.
장쇠가 찾아나선 것은 바우의 애첩인 사파리 최고의 미녀 수지였다.
수지가 처음부터 킹파의 목표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발정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쇠는 사파리의 후미진 곳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수지를 발견하고는 한걸음씩 다가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