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차범근감독 달변에 맞아맞아?
기사입력 1998년 03월 17일 14시 42분
◇…축구계가 긴잠에서 깨어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9일에는 KBS배 남녀중고축구대회가 개막했고 프로축구도 오는 21일 98아디다스코리아컵 개막전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들어갑니다.
축구협회도 기술위원회를 열어 대표팀의 제반 문제점을 논의하고 내달 1일에 열릴 한_일전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입니다.
◇…지난 16일 열린 기술위원회 소식부터 알아볼까요.
◇…기술위원회는 대표팀 운영전반에 관해 격론이 벌어지리라던 예상과는 달리 차범근 감독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당초 기술위원들은 "이번 만큼은 차감독의 대표팀 운영방식과 전술의 허점들을 낱낱이 짚고 넘어가겠다"며 단단히 별러왔으나 막상 회의가 시작되자 차감독의 논리와 언변에 압도당해 결국 꼬리를 내렸다는 후문입니다.
이날 회의는 차감독이 지난 1년2개월간 대표팀을 운영하면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거의 거론하지 않은 채 단지 "기술위원들이 앞으로 더 잘하자"는 한마디로 모든 논의를 끝내 4시간 가까이 회의결과를 기다리던 기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에는 종교문제와 특정선수 편애, 선수관리 등과 관련해 갖가지 루머가 떠돌았으나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간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기술위원들의 준비 부족과 소신 결여 탓도 있지만 기술위원들이 대부분 차감독의 축구후배들로 `아픈' 얘기를 하기가 어려웠던 측면도 없지않아 현 기술위원회의 한계를 새삼 느끼게 했습니다.
특히 기술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조중연 전무는 기술위원들의 의중을 정확히 전달하기보다는 감독의 논리를 무조건 옹호하면서 언론에도 지극히 교과서적인 내용만을 전달,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날 기술위원회의 가장 큰 직무유기는 아마도 오는 4월1일 잠실에서 벌어지는 한－일전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아닐까요.
당초 기술위원들은 "4월1일 한－일전서 또다시 실패할 경우 감독의 거취문제까지 거론하겠다"고 했으나 황선홍（포항）을 새로 포함시킨 경기엔트리를 추인하는 선에서 손을 털고 말았습니다.
지난 1일 일본 요코하마서 벌어진 한－일전 패배에 대한 반성은 있었으나 다음달 1일 잠실 한－일전서 필승을 위한 선수운용방법이나 감독의 복안에 대한 진지한 토의도 없었다는게 이날 참석자들의 전언입니다.
◇…기술위원회 결과를 전해들은 축구인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더군요.
지난 3．1절 한_일전 대패로 한국축구의 자존심에 먹칠을 한 대표팀에 대해 산뜻한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술위원회가 별다른 소득없이 끝나자 모두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4월1일 벌어지는 2002월드컵 공동개최기념 한_일전 결과에 따라 감독과 기술위원들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라고 극언도 서슴지 않더군요.
◇…개막을 앞둔 프로축구 쪽으로 이야기를 돌려 볼까요.
◇…대전 시티즌이 창단 1년이 넘도록 축구발전기금을 내지 못해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대전은 신생팀이 내야하는 30억원을 지난해 프로연맹 이사회의 양해로 수년에 걸쳐 분납키로 했지만 창단 첫해 내기로 한 10억원중 6억원을 아직도 지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연맹이사회가 "이달말까지 6억원을 납부하지 않으면 프로리그 참가를 불허하겠다"고 압박하자 대전은 지난 16일 "우선 1억원을 오는 20일까지 내고 나머지 5억원은 연말까지 납부하겠다"며 납기연장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프로연맹은 대전이 일단 98아디다스코리아컵 전경기에 출전토록 하면서 4월 이사회에서 발전기금의 납기연장 허용여부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대전의 축구발전기금 미납에 대한 나머지 구단들의 견해도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는 "지난해 수원 삼성이 40억원의 발전기금을 낸 만큼 대전 시티즌만 사정을 봐줄 수는 없다"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들 구단은 "4개 기업 컨소시엄에서 2개 기업이 빠져나간데다 `IMF 한파'까지 겹쳐 어려움이 많겠지만 동아그룹과 계룡건설이 출자사인만큼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대전에 대해 동정적인 구단들은 "월드컵 유치국으로서 프로팀을 창단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발전기금 납부를 미룬다는 이유로 기존팀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입니다.
아무튼 `막내구단'인 대전이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겨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리＝신향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