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여왕] '한과흥' 열정의 리허설
기사입력 1998년 03월 17일 14시 42분
"자, 자 이렇게…." "그 대목에선 목소리의 힘을 빼고…."
서울 역삼동 서울뮤지컬아카데미.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30여명의 배우들과 함께 27일부터 4월 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대중가극 `눈물의 여왕'의 장면 만들기에 열심이다.
작, 연출을 맡은 이윤택은 출연배우들과 한데 섞여 몸소 연기실연을 펼치는 등 `뜨거운 온몸 연출'로 실감나게 장면을 구축해간다.
연기진과 스태프진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 극중극 `눈내리는 밤'에서 전옥이 가난에 지쳐 아이들을 죽이는 장면에선 같이 울고, 화려한 댄스장면에서 같이 흥에 겨워하면서 일치감을 보인다.
이 작품은 일반 악극과는 다르다. 신파극의 대명사로 불리는 백조가극단의 악극 `눈내리는 밤'과 눈물의 여왕 전옥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극형식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
제작사가 내세운 대중가극이란 말처럼 서구의 오페레타형식과 신파극이 혼합된 양식이다.
극의 전체를 이끌고 가는 오페레타 형식의 노래, 극중으로 전개되는 `눈내리는 밤'의 악극. 여기에 서사극적인 요소까지 가미했다. 이같은 몇가지 양식이 무대위에서 서로 충돌, 이윤택은 대중가극이란 한 장르를 만들어낸다.
특히 남－북이 이데올로기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연극 즉, 예술이란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뛰어넘어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다는 주제는 의미가 크다.
연기진의 불꽃튀는 연기대결은 이 무대의 포인트.
한때 대중극에 출연했던 배삼룡 원희옥 김영준 그리고 중견 신구의 약방의 감초같은 연기는 일품.
여기에 똑 떨어지는 이혜영(전옥)의 화술과 볼룸감, 신세대 스타 조민기(차일혁)와 전도연(신정하)의 감성적이면서 세련된 움직임도 눈여겨 볼만하다.
연기파 연극배우들의 가세는 극의 활력소. 이호성(허장강) 김학철(김순천) 정규수(배삼룡) 임선애(원희옥) 이윤표(황금심) 박지일(윤호삼) 정동숙(전순이)은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어줄 매력 덩어리들이다.
음악원의 정치용교수가 새롭게 편곡한 옛가요, 창작합창과 아리아 등 30여곡도 관심거리. 중장년층에는 아련한 옛 추억을, 신세대들에게는 새로 운 관극체험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7일, 4월 2,3,5,9일 오후 7시30분. 28∼31,4월 1,4,7,8,10∼12일 오후 3시, 7시30분.(02) 278－4490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