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욱박사] '좋은일 하려다 뒤통수 맞은 기분'
기사입력 1998년 03월 17일 14시 42분
`한 성의학자(性醫學者)의 좌절.'
도서출판 `성(性) 아카데미' 대표인 성의학자 설현욱박사(44．서울대 외래교수)는 요즘 우울하다.
성의학 전공자로서 국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성의학 비디오를 제작,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성지식과 성의식을 보급하려던 계획이 애초의 선의와는 달리 얼굴에 먹칠만 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
설박사는 지난해말 비디오제작사, 남녀배우 4명 등과 함께 성의학 비디오 제작에 참여했다. 전문의로서 해설자겸 내레이터로 참여한 것.
약 3주간의 촬영 끝에 `성에 대한 기본지식' `성반응' `관능초점 검사' `여성불감증' `발기부전과 조루' 등 5편 분량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설박사는 기대감에 가득차 있었다.
"외국에서 만든 성의학 비디오가 몇 개 출시돼 있지만 포르노 수준의 조잡한 것들입니다. 나름대로 국내 최초로 제대로 된 성의학 비디오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일류로 만들어 일본 미국 등에 수출도 하려고 했다.
필름은 지난달 한국공연예술진흥회(위원장 서기원)의 심의를 거쳐 4개로 제작됐다. 1개 분량의 녹화분이 심의에 걸려 개수를 줄이게 된 것이다.
모 비디오 유통사가 판매를 책임지기로 하고 `1편-성의학 클리닉' 약 2만개를 시중에 배포했다. 그러나 판매부진.
유통사가 장난을 쳤다. 심의에서 문제가 된 부분만 불법으로 다시 편집해 부록형식으로 끼워팔기를 한 것.
"삭제부분만 모아놓았으니 얼마나 난삽하겠습니까. 그 불법 비디오에 제가 얼굴을 내밀고 해설을 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의학도로서 세상경험이 별로 없는 그에게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신문도 선정적 보도로 접근, 그의 가슴에 상처를 안겨주었다.
한편 검찰은 최근 삭제분을 불법으로 제작한 유통업자를 수배하는 한편 불법으로 제작된 비디오도 수거토록 명령했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