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용] '후배들이라도 제발 뛰게해 주세요'
기사입력 1998년 03월 11일 14시 58분
"우리는 뛰고 싶습니다."
그들에겐 더 이상 휴가가 반갑지 않다.
10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고려증권 배구단 체육관.
진준택 감독이 휴가를 선언하는 순간 고려증권 선수들의 얼굴은 이내 굳어졌다.
"10일간의 휴식을 끝낸 게 바로 엊그제인데 또 쉬라니…. 이러다간 영원히 쉬는 게 아닐까?"
주장인 박삼용（30）이 어깨가 축 처진 신인 손재홍（22）을 다독거렸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이제 제2의 IMF투혼을 발휘할 때야."
모기업의 부도로 해체위기에 놓인 고려증권 배구단의 제3자 인수가 늦어지고 있다.
주택은행이 최근 고려증권의 대출을 출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배구단 인수문제도 함께 검토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 한때 인수설이 나돌았던 몇몇 기업도 이달말의 주주총회 일정 등으로 인해 배구단 문제는 얘기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협회의 지원으로 98슈퍼리그에 출전, `IMF투혼'을 불살랐던 고려증권은 이제 훈련비도 거의 바닥난 상태.
그들은 더 이상 배구협회에 손을 내밀 처지도 아니다.
그래서 선택한 게 기약없는 휴가.
"저는 배구선수로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아닙니까? 하지만 이제 막 입단한 신인들은 어떡합니까? 그들을 뛰게 해주십시오."
노장 박삼용의 넋두리가 가슴을 저미는 3월이다.
[김 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