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출판계를살리자] (3)유통과정 붕괴
기사입력 1998년 03월 06일 15시 18분
최근 보문당 송인 등 대형 서적도매상의 부도사태는 출판업계의 파행적 유통구조에 큰 원인이 있다. 출판유통 과정을 보면 "정말 복잡하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출판유통은 `출판사@도매상@서점'의 3자간 거래로 성립된다. 이 구조가 얽힌 실타래 이상으로 복잡하다.
현재 등록된 국내 출판사수는 1만2천여개. 이 출판사들은 불과 70여개에 불과한 도매상과 거래한다. 도매상들은 다시 5천300여개에 이르는 전국의 서점과 거래한다.
이렇게 유통구조가 복잡하다보니 필요 이상의 책이 서점에 진열되었다가 반품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출판계는 신간의 30∼40%가 반품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반품 책은 결국 도매상 출판사 등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도매상 가운데 영세한 규모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 이들이 출판시장의 유통을 책임지기에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많다. 도매상은 90년대초 초(超)베스트셀러 붐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대부분 영세 도매상이었던 이들이 결국 출판유통구조의 후진성의 주범이 됐다는 것이다. 난립한 도매상들은 과당경쟁, 출혈경쟁을 일삼았다. 이들은 가급적 많은 출판사, 서점과 거래를 트기 위해 이윤을 떨어뜨리면서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했다.
이번에 쓰러진 보문당마저 다른 도매상보다 낮은 가격에 각 출판사의 책을 받아와 서점에 대량 푸는 `밀어내기' 수법을 구사하다 부도를 재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판불황을 겪으면서 영세 도매상들이 일부 `정리'되기는 했지만, IMF한파라는 결정적 펀치는 보문당과 송인같은 대형 도매상까지 날려버린 것이다.
관행으로 굳은 어음결제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
출판사들은 도매상에 책을 주고 4개월짜리 어음을 주로 받는다. 이 어음은 다음번 책을 공급할 때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런 관행이 출판사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불리하지만, 결국 출판사들이 자금난을 겪어 부도를 맞게 되면 그 부담의 일부가 도매상으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
그래서 뜻있는 출판계 인사들이 도매상들의 연쇄부도 사태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합리적인 유통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안은 없을까. 출판인들은 ▲대형 도매자본에 대한 지원을 활발히 하여 도매 마케팅을 전담시키거나 ▲출판사들이 콘소시엄을 형성, 생산@판매를 통합시키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