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미술품 거품 빼기' 논란
기사입력 1998년 03월 04일 15시 13분
미술품 가격의 적절한 구조 조정이 요구되고 있는 요즘, 전시명부터 공격적인 두 전시가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갤러리 현대(대표 박명자)의 `호당 가격 없는 작품전'(22일까지)과 동숭갤러리(관장 이행로)의 `유명 작가 그림 파격 경매전'(6∼11일 사라토가 빌딩 1층).
`호당 가격 없는 작품전'은 작품 크기에 따라 작가 자신이 작품가를 매겨온 호당 가격제를 지양하고, 화랑이 작품의 예술성에 따라 작품값을 매겨 정찰제로 판매하겠다는 취지. 권옥연 김병종 김종학 김창열 김승후 서세옥 박서보 등 중견에서 신진 작가까지 70여명 200여점의 신－구작 소품이 전시 중이다.
박명자 사장은 "권옥연 화백의 1호 작품이 500만원인데, 3호를 1천만원으로 정했다"면서 호당 가격 철폐 의지를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조각 파격 경매로 140점을 판매, 7억4천여만원의 낙찰가를 올린 동숭갤러리는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권옥연 서세옥 이대원 이우환 김창열 변종하 등 작고 작가와 중견 작가 작품 250여점을 경매한다. 전시 마지막날인 11일 오후 2시 시중가의 20%선에서 출발 가격을 정하고 경매를 연다.
그러나 미술품 가격의 거품빼기 일환인 것으로도 비쳐지는 이 전시들에 쏟아지는 화단의 비난은 따갑다. 백화점의 재고품 할인 판매식인데 휘황찬란한 포장을 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신작도 `항상 할인가로 사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동업자 윤리를 깨고 유통에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것.
특히 현대화랑에 대해선 호당 가격제로 가장 부를 축적한 대표적 화랑이 화랑의 재고품 정리를 위해 `호당 가격제 철폐'까지 상술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 작가들은 작가들대로 "유럽처럼 가격결정위원회도 없는 일개 화랑이 무슨 안목으로 작품가를 정하느냐. 또 언제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인 작가 발굴이라도 했느냐"고 불만이고, 소장자들은 "호당 가격으로 샀는데 이제와서 비슷한 작품들을 더 싸게 팔다니…"하면서 항의하는 것.
출품 작가들 중에서도 박서보 화백처럼 "이번 전시에만 화랑의 사정을 봐줘 몇점 줬다. 절대 호당 가격 철폐니 작품값 인하니 하는 말은 있을 수 없다"는 작가도 더러 있어 내부 진통까지 불거지고 있다.
한 미술 인사는 "그동안 화단에는 미술계 앞날을 내다보지 않은 상혼이 만연했다"면서 "앞으로 구조 조정은 작가와 소장자 보호속에 단계적인 설득을 병행, 미술계 전체가 합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