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십자가 패션' 뜬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04일 15시 13분
남녘에서 꽃소식이 들려온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겨울 하늘처럼 춥고 시리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IMF 한파 탓이다.
그래서일까. 각 의류업체들이 새로 선보인 봄옷 중 `크로스 마크' 혹은 `플러스(+)' 프린트물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일명 십자가 패션. 올 봄시즌 베스트 아이템의 하나다. 영캐주얼 티셔츠에 유난히 많다. 종교적 상징물에 기대어 IMF 시름을 달래보자는 사회 심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마크가 새겨진 옷을 선보인 브랜드는 (주)FCN의 `VOV', (주)대하가 새로 전개한 `보이 미트 걸(BOY MEET GIRL)', (주)대현의 `도니라이크'를 비롯한 `쿨독', `폴 휠러', `주크' 등.
모두 10대후반∼20대초반의 신세대를 타깃으로 한 영캐주얼 의류들이다. `보이 미트 걸'은 브랜드 마크로 아예 `B+G'를 사용하고 있다.
98년 봄 영캐주얼 의류 시장이 때아닌 `십자군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크로스 마크 티셔츠가 거대한 유행으로 번질 지, 패션업체들의 소개 차원에서 그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마크의 상징적인 의미는 `남자+여자'. 남자와 여자의 평등 개념에서 한걸음 나아가 남자와 여자의 구분 자체를 거부하는 젠더리스룩의 한 갈래이다. 신세대적 사고 방식의 표현이기도 하다.
크로스 마크는 목걸이, 귀고리 등 액세서리에서는 전통적인 인기 아이템. 새 광고 형태인 애드 랙(AD RACKS)에도 등장, 인기가 높다.
사실 십자가 패션은 지난해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제시했던 트렌드다. 베르사체, 돌체＆가바나, 바렛, 랑 등이 파리, 밀라노에서 열린 98봄@여름 패션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했었다.
특히 97-98가을/겨울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 베르사체는 거의 모든 작품에 십자가 마크를 사용,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들 크로스 마크는 국내에 도입되면서 좀 더 그래픽적이고 활동적인 스포츠룩으로 변형돼 나타난다.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 성격에 맞게 변화를 준 것이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