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외국엑스트라에 지친 최민수
기사입력 1998년 03월 02일 14시 35분
러시아의 강추위를 방불케 하는 꽁꽁 얼어붙은 SBS 탄현스튜디오. 화제속에 제작중인 `백야 3.98'의 촬영이 한창이다.
`쾅！'하는 소리, 시커먼 스키마스크를 쓰고 이스라엘제 우지기관총으로 무장한 괴한 6명이 카페 `코사크'의 문을 박차고 들어선다.
한국의 비밀요원을 지내다 대학교수가 된 이병헌（민경빈역）의 친구인 유준상（진석역）이 북한 특임조 최민수（권택형역）의 총에 죽는 장면이다.
`우다다다다…' 신나게 총을 갈겨대는 괴한들. 실내의 러시아 남녀들과 우리의 비밀요원 유준상이 총탄에 맞고 쓰러진다.
이때 통가죽 코트를 휘날리며 등장하는 최민수. 오른손에는 군용 콜트 권총이 들려있다.
김종학PD의 `컷！' 사인이 떨어졌지만 여기 저기서 진짜 신음 소리가 들리며 아수라장이다.
러시아인 엑스트라들 10여명과 칠레인, 아르헨티나인들이 제각기 자신의 말로 소리를 치고 있다.
그런데 쓰러져 있는 것은 카페 손님들이 아니라 아제르 마피아 단원들. 황당한 김종학 PD.
겨우 진정시키고 나니, 그 놈의 `총'이 또 말썽이다. 홍콩에서 임대해 올 때 세관에서부터 말썽을 부린 실제 총기류. 물론 공포탄이었지만 총기의 성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그 반동에 쓰러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10초 정도는 끌어야 하는 장면이 3초안에 끝나 버렸으니 어찌할 줄 모르는 스태프들.
무차별 난사장면을 다시 촬영해야 하는데, 우지기관총의 경우 2.5초면 30발들이 탄창이 동이 나기 때문에 10초짜리 그 장면을 다시 찍는 것은 무리라는 계산이 나온 것. 걱정이 태산인 김종학 PD.
그때 문제의 총을 거머쥐는 최민수. "제가 시범을 보여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능숙하게 몇발씩 끊어 쏘는 점사사격 요령을 가르친다.
대견해서 쳐다보는 김종학 PD. 그런데 문제는 마피아로 분한 엑스트라들이다. 우리의 주인공 최민수가 이리 저리 뛰면서 직접 시범을 보여도 그저 고개를 돌리고 딴청만 부린다.
"말이라도 통해야 어떻게 설명을 할 것 아닙니까?"
통역이 있어도 딴청을 부리는 사람들을 달래기란 총쏘는 일보다 배나 힘겹다.
겨우 얼르고 얼러서 재촬영에 들어갔지만, 최민수가 몸바쳐 가르친 점사사격을 하기는 커녕 다시 연발로 갈겨버리는 거다.
몇차례 난리끝에 지쳐버린 최민수가 한마디를 던진다.
"감독님, 이 드라마 끝나면 러시아쪽으로는 화장실도 안 갈겁니다."
이에 김종학 PD.
"드라마 끝나는건 고사하고 러시아 가자마자 아마 복장이 터지고 말거다…."
[김민성=MTM대표, 대경전문대 연영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