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강만우 8단●유창혁 9단
기사입력 1998년 03월 02일 13시 42분
제8보(80∼92)＝하변에서 수를 내려던 백 대마가 자체 삶의 길이 막히자 강 8단의 입에서 탄식의 소리가 새어 나온다. 전보에서 조금만 더 신중을 기했더라면, 어렵지 않게 자체 삶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랬다면 그대로 쾌승을 낚을 수 있었던 한판….
그러나 국면은 이미 엎지러진 물인지라 한없이 그런 자책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인 것. 그래서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흑의 유일한 약점인 80의 곳을 끊어놓고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는 흑이다.
여기서 일견 당연해 보이는 흑 81이 너무 안일했다. 보다 치밀하고 완벽한 수읽기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던 것. 그것이 X참고도 1〉 흑 1 붙임. 백 2에 흑 3, 백 4 때 흑 5로 두었어야 완벽했다. 그랬으면 더이상 백의 저항수단은 없었다. 13까지 백의 어떠한 수단도 철저히 봉쇄되고 있다. 하변 백 대마는 A, B 끊김이 맞보기.
흑 81에 백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82, 84로 자체 수를 늘린 다음 86으로 밀고 올라왔다. 백 88 때 흑은 고민에 빠진다. 90의 석점머리와 89로 밀고 올라오는 수가 맞보기로 듣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을 커버하느냐를 놓고 고민하던 흑은 결국 89쪽을 틀어막았다.
흑의 생각은 이렇게 확실히 대마를 단속해 놓고 중앙은 따로 수습하면 된다는 복안이다. 물론 그 의도가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흑 89는 90의 곳, 즉 X참고도 2〉 흑 1이 더 시급했다. 백 2, 4가 예정된 수순이지만 흑은 5이하 21까지 처리해 그만.
물론 수순중 백 10 또는 12는 불응하고 대마를 탈출시킬 수 있지만 우변이 몽땅 떨어지면 역시 백의 비세. 그런데….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