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씨] '나는 IMF가 좋다'
기사입력 1998년 03월 01일 15시 28분
`나는 IMF가 좋다'.
웬 정신나간 소리? 현재미래여성연구원장인 산업강사 김미경씨（34）가 내놓은 책의 제목은 이렇게 도발적이다.
그녀가 `IMF가 좋다'는 역설（逆說）을 역설（力說）하는 이유가 있다. 그녀가 주장하는 IMF의 좋은 점 다섯가지.
첫째, 남자가 변해서 좋다.
"사실 한국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태어나면부터 기득권을 누리며 살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어려서는 부모로부터, 성인이 돼서 일단 기업체에 입사만 하면 설사 경쟁력이 없는 경우라도 기업의 보호를 받았죠. 근데 이제 IMF 때문에 졸지에 소박맞은 여자 꼴이 난겁니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남자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변화의 태풍에 맞서 싸우라는 경고.
둘째, 여자가 변해서 좋다.
"기업이 직원을 책임못지니 가장은 아내와 자녀, 가정을 책임질 수 없게 됐습니다. 가정에서도 연쇄부도 사태가 난 것이죠. 이런 연쇄부도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여자들입니다."
`한번 주부면 영원한 주부'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얘기. `살림은 남편이, 돈벌이는 아내가'식의 혁명적 의식변화를 거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그녀는 세상살이가, 기업이, 남편과 아내가 변해서 IMF가 좋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특히 어려운 시기일수록 아내와 남편이 한마음 한뜻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남편의 기를 살려준답시고 여성잡지의 권유처럼 `퇴근한 남편 발씻어주기' 따위는 역효과만 난다고 조언한다.
그녀가 정리해놓은 `IMF시대 남편 기살리는 방법 베스트 5' 가운데 하나는 `당신 회사는 당신 없으면 일이 안되나봐'라는 말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 말이 늦게 퇴근한 남편에게는 `힘들었지'보다 훨씬 더 기를 살려준다는 것이다.
"IMF가 오니 산업강사들도 불황을 타더군요. 저만해도 강의의뢰가 3분의1로 주는 겁니다.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평소 이 사회의 기업과 직장, 가정에 대해 품어왔던 생각들을 글로 한번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