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누에마을] 국내 최대 뽕밭 관광객들 '손짓'
기사입력 1998년 02월 25일 15시 15분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해안선의 묘미(외변산)와 기암괴석의 장관(내변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곳에도 새봄은 어김없이 찾아들었다.
초록 융단을 깐듯 새파랗게 돋아있는 풀들과 코끝을 스치는 개펄내음….
해마다 봄이 오면 반복되는 정겨운 풍경이지만, 특히 올봄에는 변산반도 한모퉁이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색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37가구가 38ha의 뽕나무밭을 가꿔 전국 최대 규모로 누에를 생산하는 변산면 마포리 유유 누에마을(0683－84－8075∼9).
한때 전국잠사대회가 열릴 정도로 번창했던 이 마을 사람들이 이제는 `퇴물'이 돼버린 뽕나무와 누에를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다시 발벗고 나선 것이다.
뽕나무 싹이 나기 시작하는 5월말과 가지치기로 다시 싹이 나는 8월에는 누에 탐방, 열매인 오디가 익는 6월 말에는 오디따기 테마여행으로 관광객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간 기능 회복과 혈당을 낮추는데 좋은 것으로 알려진 뽕잎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도 이미 마련했다.
뽕잎차와 뽕잎국수로 관광객 대상의 시식회를 열고, 뽕잎전과 뽕잎비누 개발에도 착수했다.
특히 당뇨와 간, 스태미나 강화에 특효가 있다는 `5령3일(3∼4일간 뽕잎을 먹고 2∼3일간 잠자기를 다섯번 반복)'된 누에를 갈아 알약과 가루약으로 만든 건강식품을 개발, 최근 서울에 직판장(02－551－2206∼8)까지 개설했다.
작년 주민들이 주주가 돼 구성한 유유양잠농업법인 김성일 대표(63)는 "네덜란드의 풍차마을 등 외국에는 독특한 볼거리로 관광단지를 조성해 특산품을 파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천혜의 관광지인 변산반도 안에 마을이 있어서 연계관광이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선비들이 머물렀다는 뜻의 `유유(儒留)'마을은 지리산 청학동 마을의 전신으로도 유명하다.
유, 불, 선, 합일신앙을 믿는 도인들이 70년대말 청학동으로 이주하기 전에 머물렀던 신선대가 부근에 있으며, 유일하게 청학동으로 이주하지 않고 갓쓰고 도포입고 살아가는 이승헌씨(55)가 마을에 살고 있다.
관청의 지원없이 주민들만의 힘으로 `관광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누에마을은 누에건강식품 판매 수입으로 누에가 애벌레에서 나방이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누에전시관과 여행객들이 쉴 수 있는 원두막도 설치할 계획이다.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김제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변산반도로 접어든 다음 해안도로를 따라 격포 쪽으로 차를 달리면 마포마을이 나온다. 마포에서 좌회전 736번 지방도로로 꺾어들어 마동쪽으로 가다보면 누에마을에 닿는다.
▲변산반도 볼거리＝해안도로를 따라있는 외변산에는 새만금간척지 전시관, 변산해수욕장, 고사포해수욕장, 격포항 채석강, 천연기념물인 호랑가시나무 군락, 곰소항, 백제무왕때 창건된 내소사 등 관광지들이 줄이어 있다.
특히 곰소항엔 아직도 염전이 남아있고 싱싱한 수산물과 젓갈, 액젓을 파는 어시장이 있다. 새만금간척지 입구에는 유황단순천의 변산온천도 생겼다.
내변산은 해안도로에서 중계쪽으로 접어들면 기암괴석의 깊은 산들과 부안댐공사로 생긴 호수들이 장관이다.
부안∼격포 해안도로에서 중계 쪽으로 들어가 두번째 다리에서 우회전하면 곰소항으로 이어지는데, 5∼6㎞구간이 한창 도로공사중인 비포장도로지만 차량 통행이 뜸하고 산아래로 펼쳐지는 바다풍경이 아름답다.
[변산=김순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