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무법시대(2)
기사입력 1998년 02월 23일 15시 57분
싸움에서 승부의 관건은 고지 점령에 있다.
더구나 첨단 과학 장비가 동원된 현대전이 아닌 몸과 몸이 맞닿아야 승부를 가릴 수 있는 `동물적 전투'에서는 `높이'가 승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다.
무엇보다도 높은 곳에 있으면 밑에서 올라오는 상대를 내려다 보며 제압할 수 있어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 유리하다.
또 사파리 전체가 전쟁터가 된 만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바위 위에 있으면 사태를 분석, 파악하기에 좋았다.
왕 즉위식이 난투극으로 엉망이 되자 바우가 사파리에서 가장 높은 바위로 올라간 것도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하겠다는 계획된 행동이었다.
바위 밑은 말 그대로 개판 아닌 `사자판'이었다.
바우의 취임식에 강제로 동원된 것처럼 사파리에 입장한 사자들은 특별하게 쿠데타를 도모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소 감정이 있는 상대를 골라 무차별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사자들은 그동안 간이방사장에서 시험적으로 합사(合舍)를 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원한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가장 큰 원한은 역시 `서열 정하기'를 할 때 생긴 것이었다.
워낙 상대가 되지 않아 일방적으로 승부가 갈라졌다면 아쉬움이 남지 않았겠지만 사육사들이 의도적으로 비슷비슷한 놈들끼리 붙이는 바람에 모든 게임은 아슬아슬했다.
이긴 놈도 죽도록 고생했고, 진 놈은 순간의 실수로 다 이긴 경기를 놓친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패자부활전'은 없었다.
사육사들이 한번 진 놈에게는 명예회복 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
오직 승자에게 토너먼트 방식으로 또다른 승자와의 대결을 주선했을 뿐이다.
빨리 사파리 초대 왕을 가려야 한다는 일정 탓도 있었지만 어차피 사파리가 개장하면 당분간은 하루에도 몇번씩 머리가 깨지도록 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우가 바위 위에서 사태를 관망하는 사이 장쇠가 바우를 노리고 어슬렁거리며 올라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