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야구] IMF한파에 야구명가도 백기
기사입력 1998년 02월 20일 16시 26분
한국 프로야구가 위기를 맞았다.
쌍방울에 이어 `야구 명가' 해태 타이거즈까지 매각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해태그룹 정기주 종합조정실장은 19일 "제과를 제외한 야구단, 음료, 전자 등 전 계열사를 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해태는 작년 11월 부도가 났을 때도 광고회사인 코래드와 프로야구단을 대우에 매각하기로 내부 결정을 했으나 액수가 맞지 않아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써 통산 9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 군단으로 자리잡았던 타이거즈는 새로운 팀으로의 탈바꿈이 불가피해졌다.
해태 타이거즈 박한식 홍보부장은 "그룹의 구조조정안에 따라 야구단의 매각이 이뤄지겠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인수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태는 선동열의 재임대료, 이종범과 조계현의 이적료 등으로 총 70여억원의 야구단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언제 무너질지 위태로운 상태다.
작년 10월 모그룹의 부도 이후 후원업체를 찾고 있는 쌍방울도 끝내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올시즌 파행운영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쌍방울은 전북의 한솔PCS 등 향토기업과 물밑 접촉을 벌인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 소재의 일부 대기업들에도 의사를 타진해봤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는 4월11일 시즌 개막을 2개월 앞두고 위기에 몰린 쌍방울은 21일 이의철 구단주와 박효수 사장이 만나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지만 그룹의 재정 형편을 고려할 때 이렇다할 묘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이 그룹측과 협의를 거쳐 편성한 올시즌 최소 예산은 63억원.
하지만 현재로선 63억원에 대한 그룹측의 정상적인 지원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 초과 예산에 대해선 야구단이 전적으로 책임을 떠맡아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버거운 상황이다.
해태와 쌍방울의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운영을 못할 처지에 빠지게 되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달 동안 매각할 기업을 찾은 뒤 끝내 인수 기업이 없을 경우 공중 분해의 수순을 밟게 된다.
[이창호,양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