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길거리 진돗개 쇼 화제
기사입력 1998년 02월 15일 15시 16분
"전화기 갖고 와！" "`경제를 살립시다'가 뭐지?" "뛰어내려！"
대전의 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진돗개가 훈련사의 지시를 척척 수행하는 쇼를 주말마다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 낮12시 대전시 동구 용전동 고속버스터미널 앞. 진돗개 한마리가 연출하는 깜짝쇼에 구경꾼들은 연방 박수를 쳐대고 환호성을 질러대느라 여념이 없다.
진돗개는 단어는 물론 문장도 척척 알아맞힌다. 훈련사가 `서울'이 어디 있는 지 물으면 냉큼 달려가 `서울'이라는 단어를 물어오고 `환경을 살리자'를 찾아오라고 하면 부리나케 뛰어가 해당 문장이 씌여진 문자판을 들고 와 꼬리를 흔든다.
불붙은 링을 깔끔하게 통과하는가하면 2@ 높이의 작대기를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구경꾼들에게 인사도 잘 한다. `차렷'하면 뒷발로 서서 앞발을 양 옆구리에 붙여 차렷자세를 취하며, `경례'하면 오른쪽 앞발로 거수경례를 한다.
하이라이트는 현수막 내리기. 사다리 위로 뛰어올라가 대기하고 있다가 훈련사가 `현수막 내려'를 외치면 잽싸게 풀어내린다. 현수막에는 `진도식당 개업'을 알리는 문구가 씌어 있다.
지난 7일 오픈한 진도식당은 국내 유일의 진돗개 전문 훈련사 배종표씨（53）가 운영하는 곳. 터미널이 가장 붐비는 토, 일요일마다 낮12시부터 3시까지 식당 개업을 홍보하기 위한 진돗개 쇼를 펼치고 있다.
배씨의 말에 따라 40여가지 쇼를 펼치는 진돗개는 올해로 네살이 된 누렁이. 지난 8월 배씨를 처음 만나 불과 3개월만에 이같은 경지에 이르렀다.
구경꾼들의 반응은 가지각색. 버스를 놓쳐 기막혀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신의 진돗개도 이렇게 훈련시켜달라며 쫓아오는 사람도 있다.
터미널 건물 2층에 자리한 진도식당은 한식, 중식, 분식을 취급하는데 한쪽 벽면 전체가 황구, 백구, 흑구가 멧돼지를 사냥하는 벽화로 장식돼 있으며 곳곳에 진돗개 관련 책, 잡지, 자료가 배치돼 있어 `진돗개식당'으로 더 잘 통한다고.
신탄진진도견훈련소 소장이기도 한 배씨는 "한번의 쇼에 300∼400여명이 몰려드는데 대전이 교통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식당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알릴 수 있는데다 진돗개를 월드컵 마스코트로 만들자는 메시지도 아울러 전달할 수가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대전=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