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하이라이트] 그레츠키vs세라니
기사입력 1998년 02월 11일 15시 44분
`빙판의 제왕' 웨인 그레츠키(37．캐나다)냐, `스틱의 마술사' 티무 세라니(28．핀란드)냐.
동계올림픽 최고 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의 톱스타 대결이 이번 대회 `하이라이트 베스트 10'중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언론들이 나가노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이번 대회에서 가장 볼만한 경기를 설문조사한 결과, 그레츠키와 세라니가 맞붙는 아이스하키 캐나다－핀란드전이 `최고의 빅카드'로 꼽힌 것이다.
당초 최대의 관심사로 여겨졌던 여자피겨스케이팅 미셸 콴(17)과 타라 리핀스키(15)의 `요정대결'도 이들의 빅뱅 앞에서는 꼬리를 내릴 정도.
개인경기도 아닌 팀경기 아이스하키에서 팀 일원으로 출전하는 이들의 격돌이 이처럼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번 올림픽에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의 별들이 사상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NHL 뉴욕레인저스에서 활약중인 그레츠키는 `20세기 최고의 빙판스타'로 꼽힐 정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그는 개인통산 860골, 1천83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는 NHL 역대 최다득점기록인 동시에 최다어시스트 기록이며 득점과 어시스트를 합한 포인트도 역시 역대 최다이다.
이처럼 화려한 개인성적이 말해주듯 그레츠키는 이미 `얼음판의 살아있는 전설'이 돼버렸다.
세라니도 지명도에서 그레츠키에게 뒤지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활약상으로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핀란드 출신이지만 줄곧 NHL 애너하임 마이티덕스에서 뛰어온 세라니는 최근 4년 연속 30골 이상을 터뜨리며 그레츠키의 계보를 이을 차세대 공격수로 각광받고 있다.
또 세라니는 지난달 18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던 98NHL올스타전에서 MVP를 거머쥐며 빅스타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NHL을 대표하는 두 스타의 스틱대결이기에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동계올림픽을 찾은 지구촌 빙상팬들이 올림픽 개막전부터 술렁였던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20일 준결승이나 22일 결승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그레츠키－세라니의 대결에서 승자는 과연 누가될까.
일단 전문가들은 그레츠키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그레츠키가 속한 캐나다에는 패트릭 로이(GK), 에릭 린드로스 등 NHL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함께 `드림팀'을 구성, 최강의 라인을 자랑하고 있다.
또 그레츠키를 비롯한 전 선수가 52년 오슬로대회 이후 46년만에 처음으로 조국에 금메달을 안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어 캐나다의 우승이 어느 대회때보다 유력하다.
반면 세라니는 뒤를 받쳐줄 동료들이 그레츠키보다 턱없이 적지만 시속 125㎞를 넘나드는 파괴력 있는 슈팅을 앞세워 핀란드의 우승은 물론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승부결과를 떠나 이 둘이 함께 빙판에서 격돌하는 것 자체가 팬들을 매료시키는 점이다.
[나가노=김석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