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거리조각'들 팔린다
기사입력 1998년 02월 11일 15시 44분
문화 예술의 거리인 대학로에서 10년동안 시민과 함께 호흡해온 `거리의 조각'들이 파격적인 가격에 경매에 부쳐진다.
이 조각품의 소유주인 미술은행 동숭갤러리가 IMF한파속에 갤러리 생존을 위해 오는 18일 오후 3시 종로구 명륜동 사라토가빌딩 조각전시장에서 `파격 경매전'을 열기로 했기 때문.
대학로를 사랑하는 젊은이들과 문화애호가들에겐 섭섭한 소식이나 갤러리측은 `생존을 위한 최후의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이 경매전은 원래 시세의 20∼30% 가격부터 시작되는 국내 최초의 `조각 경매'이기도 하다. 대학로변에 설치된 최기원 민복진 강태성 이일호씨의 작품 등 25점의 대형환경조각을 비롯, 문신 김영중 김정숙 최만린 민복진 최기원 김세중 전뢰진 엄태정 윤영자 조성묵씨 등 유명조각가 39명의 작품 150점이 출품된다.
이행로 관장은 "대학로를 명소로 만들어온 야외조각을 철거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독지가가 있으면 작품을 사서 대학로에 기증하면 더없이 좋겠다"면서 "그동안 작품가는 작가가 부르는 값과 유통가격으로 이중가가 형성돼 있었고, 가격대도 외국에 비해 높았던 면도 많았다. 기업의 구조조정처럼 화랑도 이런 기회에 경매를 통해 유통가격이 투명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화단 한편에서는 "미술품의 가격파괴가 이젠 투매현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보내고 있다.
한편 동숭갤러리는 경매에 앞서 13일부터 18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전시회도 연다. 이번 경매전의 출발가격을 보면, 김찬식씨 작품 150만원, 문신씨 작품 440만원, 최만린씨와 박충흠씨 작품 200만원, 조성묵씨 작품 400만원, 유영교씨 작품 370만원으로 매겨져 있다. (02)3673－1456.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