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정벌(33)

기사입력 1998년 02월 09일 15시 23분


다음날 사시(오전 9시)무렵 장세걸의 대군이 움직였다.

재정비한 기병이 7만이니 겨우 2만기의 여진, 고려 연합군의 3배가 넘는 군세였다.

이쪽은 고려보군 2만이 뒤를 받치고 있었지만 미시(오후 1시)가 되면 장세걸의 보군 8만도 도착할 예정이었다.

윤의충은 말위에 올라 제장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고려군 사령이 된 대장군 한석기에게 머물렀다.

"먼저 기병으로 적을 깰테니 보군은 가차없이 따르시오."

적을 깬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명령이다. 그가 말을 이었다.

"카라차르 대도독의 기병 1만 5천과 보병 3만은 강안으로 이동하여 송군의 측면을 칠것이오."

그러나 송군을 먼저 상대 하는것은 고려,여진군이다. 제장들은 숙연했다.

부도독 에르케가 말고삐를 당겨 윤의충이 옆에와 섰다.

"신시(오후 3시)에는 정벌군 총사령의 기마군 5만이 올것이오. 그때까지 버티면 싸움에 승산이 있소."

아군은 이제 전면에 윤의충이 이끄는 여진, 고려 연합군의 기병 2만에 보병 2만이 있었고 측면으로 이동중인 카라차르의 기병 1만 5천에 보병 3만에다 후위를 맡은 것은 여진보병 4만이다.

따라서 전력은 기병 3만 5천에 보병 9만인데 남송군은 기병 7만에 보병 8만이었다.

기동력과 응집력에서 크게 뒤져 있었지만 지원군으로 기병 5만이 오면 군세는 비등해질 것이었다.

제각기 임무를 맡은 제장들이 흩어지자 고려군 사령 한석기가 다가왔다.

"대도독,어젯밤에 상장군 이도명이 남송군의 기습을 받아 죽었소이다."

그의 시선은 윤의충의 가슴께에서 올라가지 않았다.

"한수를 건너는 중에 기습을 당한것 같소이다."

머리를 끄덕인 윤의충이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

"오늘 싸움에 남송의 국운이 걸려있소. 우리가 이기면 양양성은 곧 함락될거요."

"장세걸이 목숨을 걸고 막겠지요."

"싸움에 이기면 곧 고려로 돌아가도록 총사령께 진언 하겠소."

"고려인을 하나라도 더 고려땅으로 보내주시오."

그제야 시선을 든 한석기의 두눈이 번들거렸다.

"고려군의 용맹을 한껏 보여서 다시는 몽골군에 얕보이지 않게 하겠소이다."

다급한 말굽소리가 들리더니 전령장교가 다가왔다.

"대도독, 남송군의 선봉이 10리 밖으로 다가왔소이다."

장세걸은 속보로 전진하는 마상에 앉아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남송제국은 재상 가사도의 독선과 무능으로 쇠락해진 정권이 더욱 몰락의 길로 치달았지만 충신과 용장이 많았다.

장세걸은 이 싸움에서 죽기를 결심하고 나선 길이었다.

장수 하나의 힘으로 쓰러져가는 나라를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싸움에서 죽는것이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의무라고 믿은 것이다.

그에게로 척후장수가 달려왔다.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달리며 그가 소리쳐 보고했다.

"장군, 10리 전방에 여진,고려기마군 2만이 대기하고 있소이다."

앞만 보는 장세걸에게 장수가 말을 이었다.

"카라차르의 군세는 강쪽으로 옮겨가고 있소이다."

장세걸이 머리를 끄덕였다.

"윤의충만 격파하면 된다. 그놈의 군세만 깨면 이번 싸움은 이긴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