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태찌개' 메뉴판서 사라질 위기
기사입력 1998년 02월 06일 15시 40분
"생태찌개집에 생태가 없다."
기름값이 폭등, 연근해 어선들이 출어를 기피해 생태공급이 중단되거나 50％이상 줄어들자 생태찌개 전문점들이 개점휴업 사태를 맞고 있다.
점심시간에 즐겨 찾던 직장인들도 생태찌개맛을 포기하고 대구나 우럭으로 주문을 바꾸고 있다.
IMF 한파가 얼큰한 겨울생태의 참맛을 빼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진인철씨（회사원．37）는 최근 동료들과 회사부근 생태찌개전문점을 찾았다가 생태찌개가 없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진씨는 "대구와 우럭으로 주문을 바꿔 달라는 종업원의 권유에 마지 못해 우럭매운탕을 대신 먹었는데 왠지 섭섭해 벽에 걸린 메뉴판을 다시한번 쳐다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 `진미생태찌개' 전문점 주인 송충옥씨（여．50）는 "생태가 아예 공급이 안되는 날이 많아 간판을 바꿔야 할 판"이라며 "조금씩 공급되는 생태도 가격이 30％정도 올라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광화문에 있는 `안성 또순이'집도 마찬가지다.
주인 최점례씨（여．61）는 "생태공급량이 60％이상 줄었고 그나마 크기도 작아져 지난 17년동안 지켜온 전문점 명성이 없어질 판"이라며 걱정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엔 하루 평균 2천짝 정도가 경매에 붙여졌지만 올해는 한짝도 공급이 안되는 날이 많으며 이달 들어서도 물량이 예년만큼 들어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IMF 한파로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 만선을 해도 적자가 나자 어선들이 아예 출어를 포기한데서 비롯됐다.
원양어선들이 잡는 어종은 공급에 문제가 없다. 잡은 고기를 현지에서 팔고 나머지를 국내에 들여오기 때문에 어선들의 출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근해 어선들은 출어를 아예 포기, 생태는 물론 고등어 갈치 등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가운데 고등어 갈치 등은 자반용이지만 생태는 찌개전문점의 소비량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음식점들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시원한 생태찌개로 속을 풀던 애주가나 직장인들이 생태찌개집 방문땐 당분간 예약이 필요할 것같다. 자칫 생태찌개집에 `생태없음' 이란 팻말이 걸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기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