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평] KBS-2TV '맨발의 청춘'
기사입력 1998년 02월 05일 15시 49분
같은 시간대 방영으로 관심을 모았던 양방송사의 미니시리즈 대결에선 일단 KBS가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KBS 2TV의 `맨발의 청춘'은 지난 2일과 3일 첫주 방송에서 MBC TV의 `사랑'에 10% 이상의 압도적인 시청률 차이로 앞섰다.
미니시리즈에서 MBC에 열세를 면치 못하던 KBS 2TV로선 1년만에 맛보는 경사다.
벌써부터 "KBS가 오랜만에 볼만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맨발의 청춘'은 첫회부터 당초의 약속을 깨뜨려 다소 실망감을 안겨준 느낌.
KBS는 "일반 드라마보다도 폭력 장면이 적은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으나 첫회부터 악역 배우들이 육두문자를 써가며 거친 격투신을 연출한 것은 물론이고, 깡패들의 필수품인 잭나이프마저 수차례 등장했다.
제작진은 "드라마 구성의 필수인 가계 구도를 설명하기 위해서 폭력 장면은 불가피했고, 칼은 뽑았지만 찌르지는 않았다"며 자체 심의를 통해 이미 촬영한 유혈 장면을 일부 삭제하기도 했다.
사실 실업자가 쏟아져 인심이 흉흉해 지는 IMF 시대에 주먹 집안과 그 주위를 그리는 스토리 표현은 공영 방송으로선 어려운 숙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맨발의 청춘'이 `사랑'과의 시청률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KBS 홍두표사장은 지난 2일 간부회의에서 "사치, 폭력 등 일체 비공영적 요소를 추방해 IMF 시대에 국민에게 위안을 주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KBS가 진정 `최후의 공영 방송'임을 자처한다면 `맨발의 청춘'부터라도 시청률 경쟁 의식을 버리고 요즘 정말 `맨발'로 뛸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해 줘야 한다.
[이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