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태초의 혼란(6)
기사입력 1998년 02월 05일 15시 49분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암사자 3마리를 본 바우와 시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병원 생활을 하다가 퇴원한 바우는 마음이 쿵쾅쿵쾅 뛰었다.
아무리 헤비급 챔피언이라도 미녀 앞에서는 마음이 플라이급이 되게 마련이다.
본능적으로 코를 벌름거렸다.
`킁킁.'
발정기를 맞은 암사자가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바우는 암컷이 그리웠다.
큰 병이든, 작은 병이든 병원생활은 환자를 심약하게 한다.
`앞으로 암컷을 품을 수 있을까.'
바우도 그랬다.
퇴원과 함께 불안한 마음은 사라졌지만 막상 암사자를 보니 `실험'을 하고픈 욕망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바우의 바람은 헛되지 않았다.
봄바람을 타고 풋풋한 살내음이 코 끝을 간질이는 게 아닌가.
`셋중에 누구일까.'
바우가 눈치를 살피는 동안 암사자들은 간이방사장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바우는 감시병처럼 암사자 주위를 돌며 살폈다.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암사자쪽에서 먼저 사인을 보내온 것이다.
로미였다.
암컷이 발정기를 맞으면 수컷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오게 마련이다.
씨를 받아야 하는 본능 때문이다.
서로 마음이 후끈 달아오른 만큼 신경전을 펼치면서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바우는 곧바로 몸을 실었다.
얼마만의 짝짓기인가.
`10초' 동안 바우는 감격적인 격정에 몸을 흔들었다.
마지막 순간 유난히 태양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바우의 그날 하루는 무척이나 짧았다.
로미도 며칠 되지 않는 발정기를 헛되이 보낼 수 없다는 듯 꼼짝하지 않고 바우 곁에 붙어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 헤어져야 했다.
다른 사자들도 운동을 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같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태초의 혼돈' 시기인 만큼 싸움을 막기 위해 적대관계에 있는 사자들은 철저하게 격리를 시키기로 방침이 결정된 터였다.
바우와 로미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철문에 들어가기를 한사코 거부했지만 패트롤카는 기어코 각방에 밀어넣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