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창-오연수커플스토리] (하)여의도의 소꿉사랑
기사입력 1998년 02월 04일 15시 37분
결혼 발표를 하고난 뒤 '언제부터 연인 관계였나', '언제 결혼을 결심했나'하고 물어오는 분이 많은데 솔직히 난감하다.
워낙 오래전부터 친오누이처럼 지내 와 솔직히 '좋은 느낌'이 언제 사랑으로 변했는지 나 자신도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블루스 사건' 이후 느낌이 통했다.
이어 93년 KBS 2TV 일요드라마 '일요일은 참으세요'에 신세대 부부로 출연하면서부터 남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그저 친한 사이인 척 연기를 해야 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정식으로 데이트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 영화를 보거나 차를 마시며 단 둘만의 시간을 가진 적이 없다는 말이다.
'일요일은 참으세요'가 끝나고 출연진이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가졌는데 이런 식으로 항상 다른 사람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은밀히 눈빛을 나누곤 했다.
하지만 나는 밸런타인 데이 때면 오빠에게 예쁘게 포장한 초콜릿을 살짝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명절 때나 집안 일이 있으면 나는 오빠집에 가서 일도 도와 주고 같이 놀다 오곤 했다.
오빠가 없을 때면 나는 짧은 메모를 남기고 돌아 오곤 했는데 마지막에는 항상 '오빠 사랑해'라는 말을 꼭 적어 놓았다. 오빠는 나의 그 짧은 메시지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나중에 털어 놓았다.
우리는 역시 다른 많은 커플들처럼 크고 작은 사랑 싸움을 많이 했다. 언제나 오빠가 '잘못했다'고 빌어(?) 끝나곤 했지만.
얼마전 내가 MBC TV '복수혈전'에서 상대역인 안재욱씨와 키스신이 있었는데 오빠는 "열 받을까 봐 아예 안봤다"고 말해 한바탕 웃은 적도 있었다.
결혼 발표를 하고 나니 그동안 내 일을 돌봐 주신 어머니께서 오빠에게 "이제 네가 매니저 하라"고 해서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어머니의 품을 떠나 이 남자와 함께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왠지 어머니에게 죄송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혼 발표를 하고 나니 그동안 많은 분에게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특히 주위 사람들에게는 미안함이 더하다.
오빠와 가장 친한 김민종씨도 발표 전날에야 알고는 "어떻게 형이 이럴 수 있어"라며 화를 냈고, 나랑 친한 정선경 역시 전날 알았다. 007작전을 수행하 듯 완벽한 연막을 쳤던 셈이다.
오죽했으면 오빠가 "앞으로 한달간은 몰래 피해 있자"고 내게 농담을 던질 정도니 말이다.
꽃피는 5월이면 우리는 정식 부부가 된다. 가족처럼 지내다 진짜 가정을 꾸미게 되는 것이다. 모범적인 커플로 열심히 살 것을 팬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끝]
[정리＝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