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킹스컵 V는 '울산 지옥훈련'덕

기사입력 1998년 02월 03일 15시 54분

◇…산뜻한 출발입니다.
프랑스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을 노리는 월드컵축구 대표팀이 개편후 첫 시험무대인 98태국킹스컵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합격점을 받은 것이지요.
지난해 12월 영파워를 대거 수혈하고 울산 전지훈련내내 테스트를 하며 인물고르기에 나섰던 차범근 감독이 새로운 얼굴로 치른 첫 시험을 무난히 통과함에 따라 그의 다음 작품도 은근한 기대를 낳고 있습니다.
또한 월드컵팀의 선전은 가뜩이나 'IMF 한파'에 위축되어 있는 국민들에게 활력소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럼 12년만에 정상 탈환을 이룬 월드컵팀의 킹스컵대회 뒷얘기부터 들어볼까요.

◇…'젊음'과 '지옥훈련'의 개가였습니다.
월드컵팀은 불과 보름이라는 짧은 훈련을 하고 대회에 출전했지만 놀라운 정신력으로 무더위와 텃세의 악조건들을 모두 극복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젊다보니 열대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90분을 줄기차게 뛰어다녀 기동력에서 완전히 상대팀들을 압도했습니다.
이는 '지옥에서 보낸 한철'로 불릴 만큼 악명 높았던 울산 체력훈련의 자연스런 산물이기도 합니다.
울산훈련은 결과적으로 선수들에게 극한 상황에서 꿋꿋이 이겨낼 수 있는 투지를 길러준 셈이 되었습니다.

◇…태국의 홈 텃세는 예상대로(?) 대단했다지요.

◇…그렇습니다. '태국에선 브라질도 이기기 힘들다'고 할만큼 텃세는 악명 높다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 선수들의 반응이었습니다.
한국과 마지막 3차전에서 맞붙은 태국은 한국을 반드시 꺾어야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절박함 때문인지 시종 거친 플레이로 일관했고, 심판들도 편파판정으로 맞장구쳤습니다.
특히 1골을 허용하고 맞선 후반전엔 아예 드러내놓고 걷어찼지만 심판들도 이런 노골적인 반칙들을 외면했습니다.
이상윤은 뒤에서 깊게 들어온 태클에 왼쪽 허벅지를 크게 다쳤고, 최용수도 태국 수비수가 팔로 가격하는 바람에 또다시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했습니다.
이같은 악조건속에서도 태국은 한국에 0대2로 져 3,4위전으로 밀려났는데 이 경기마저도 패해 '안방 대회'서 톡톡히 창피를 당했지요.

◇…선수들간 선의의 경쟁도 전력의 상승작용을 일으키는데 한몫 했습니다.
오는 3월까지 한시적으로 뽑힌 젊은 영파워들이나 새로 발탁된 선수들은 차감독의 눈에 들기위해 연습때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기존선수들도 주전자리를 빼앗길세라 예전보다 훨씬 더 분발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최용수가 코뼈 부상에도 불구하고 결승전 출전을 강력하게 자청하고 나선 것도 내심 '주전경쟁에서 뒤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설득력있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집트와의 결승전 도중에 차감독이 선수전원에게 불호령을 내렸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결승전서 경기시작 2분만에 골을 내주고 전반전 내내 만회골을 터트리지 못하자 차감독은 '채찍 전법'을 들고 나왔습니다.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 들어온 선수들을 불러 모은 차감독은 특히 고참선수들을 향해 비수같은 말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차감독은 예선전서 이미 2대0으로 이겼던 팀인데 선수들의 정신력이 떨어져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했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차감독은 "이런 식으로 하다간 월드컵 16강은 꿈도 꾸지 말라"며 버럭 화를 냈는데 나이 어린 선수들은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는군요.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선수에 뽑힌 최용수가 MVP 트로피를 받고 기절할 뻔했다고 하더군요.
높이가 무려 1@20에 달하는 대형 트로피를 받았기 때문이지요. 우승팀 트로피가 30㎝ 안팎인 것과 비교해보면 정말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트로피를 받은 최용수는 "지금까지 받은 트로피 중 가장 큰 것"이라며 "아마도 킥복싱을 좋아하는 태국인들이 나를 권투선수 최용수(WBA 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군요.
최용수는 이 대형 트로피가 행운을 불러올 것이라며 뉴질랜드 전지훈련까지 갖고 갔습니다.

◇…전지훈련이 한창인 프로축구로 화제를 돌려볼까요.

◇…'IMF의 한파'는 지방 전지훈련중인 프로축구팀들의 겨울캠프에서도 여실히 느껴지고 있습니다.
숙소가 호텔에서 장급 여관으로 바뀐 것은 기본이고, 대부분의 구단들이 식비를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전속 요리사를 대동해 직접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창단후 파격적인 투자로 타구단의 부러움을 샀던 수원 삼성은 세탁비를 아끼기 위해 거제 전지훈련에 세탁기까지 갖고 내려갔을 정도입니다.
삼성은 호텔 숙박비가 작년보다 절반이나 할인됐음에도 주전급 20명을 뺀 나머지 1,2군 선수들은 모두 여관에 투숙시키고 있는데 특히 거제의 물가가 수원의 2배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 자체 끼니 해결로 50％ 이상의 경비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답니다.
지난 1일부터 진주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 안양 LG 역시 '여관'과 '식당 임대'라는 IMF식 훈련법을 시도하고 있는데 "헝그리 정신도 되살아나고 직접 끼니를 해결하니 돈도 아끼고 영양도 만점"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정리＝최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