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3)고소영
기사입력 1998년 02월 03일 15시 54분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88년 나는 고1이었다.
이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무용을 다시 시작했다는 말은 전 회에서 이미 말했고, 이제부터 남진씨와 일본 무대에 서게된 경위를 밝히겠다.
당시 발레가 전공, 한국무용중 북춤이 부전공이었는데, 이 북춤 특기때문에 이모가 살고있는 일본에 초청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모가 잘아는 분이 연예인들을 중개하는 매니지먼트일을 하고 있었는데, 나를 일본에서 열리는 `88올림픽 홍보공연'에 초청한 것이다. 이름을 잘 모르는 이 분은 조용필 계은숙 등 우리 가수들을 일본무대에 섭외했던 분이라고 한다.
나는 그 공연에 초청받았을 뿐 아니라, 예쁜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공연포스터 모델로 사진까지 찍었다.
고1때 찍은 이 사진이 일본에서 돌고 돌아 고3때 나에게 연락이 왔다.
소문이 어떻게 퍼졌는지, 한 2년동안 한국에서 조용히 공부하고 무용만 했는데, 일본에서는 그 포스터가 돌고 돌아 졸지에 내가 연예인인 가수가 돼버린 것이다. 또 CF모델로도 얘기가 됐다.
이때문에 일본의 간사이TV에서 연락이 왔다. TV토크쇼인데 아마 한국의 연예인 자격으로 남진씨와 같이 출연한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한국의 여고생이 포스터 한번 잘못(?) 찍고 일본의 연예인으로 둔갑한 사건이다. 어쩌면 이게 인연이 돼 나중 내가 연예인이 된 지도 모르겠다.
그때 내가 왜 한국의 CF모델이나 가수로 소문이 돌았느냐고 이모에게 물어보니까, 일본사람이 나같은 마스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고소영 타입'이 인기라나.
작년 11월에 증명이 되지 않았는가. 스포츠조선에도 기사가 나왔지만 일본의 `JJ'란 패션잡지에서 `아시아 미인'으로 날 뽑아 11월말에 내 일과를 인터뷰까지 해갔다. 아참, 그 잡지 2월인가 3월호에 나온다고 했는데. 잡지가 나오면 공개하겠다.
이모는 이때부터 나보고 일본말 배워 일본서 출세하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난 `신토불이'다. 날 낳아준 우리나라가 얼마나 고마운데, 딴 나라에 가 이 `미모'를 쓰겠는가.
독자 여러분은 양해하시라. 내가 `청춘일기'를 쓰는 동안 중간중간 내 자랑같은 얘기가 나오는데, 사람에 따라서 속이 느글거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지금도 연예인으로서 괜찮지만, 내 무명시절의 전성기는 단연 중학교때다.
서초구 우성아파트에 살면서 서운중학교에 다녔는데, 이 학교는 남녀공학이다. 그렇다고 한 반을 남자 여자가 같이 쓰는 게 아니라, 반별 층별로 나누었다.
중학교때 가장 친한 친구는 윤선화다. 선화는 지금도 연락하는 무지무지 좋아하는 친구로, 시집을 가 지금은 시카고에 산다.
중2때 같은 반이었던 선화는 나랑 성격이 정반대로 아주 내성적인데, 날 참 좋아해 일주일에 한번 꼴로 편지를 썼다. 재미있는 사실은 얼마나 내성적인지 발신인 이름을 안 밝힌 익명으로.[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