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용] '잠못 이루는 밤이 더 많아요'

기사입력 1998년 02월 03일 15시 54분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 기분이에요."

SBS TV `겨울 지나고 봄'의 양은용. 97년 7기 공채탤런트로 방송가에 입문, 고된 수련 끝에 여주인공 자리를 거머쥐었다.

엄여랑 역을 맡기 전에 그녀의 배역은 주로 지나가는 행인 A. `한번 보자'는 PD의 전화에 양은용은 이번에도 단역인줄 알고 `부담없이' 갔다가 뜻하지 않은 행운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심정은 캐스팅된 것을 안 후 딱 2시간만 좋았다. 주인공 자리가 주는 무게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고 한다.

"NG를 7번이나 낸적이 있어요. 하필 가장 어려운 장면이 첫 촬영으로 걸렸거든요."

천사같은 얼굴이 갑자기 악마처럼 보이는 장면. 주연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느끼게 해준 첫 촬영이었다.

양은용을 울게도, 웃게도 만드는 엄여랑은 지적인 반면 허영심이 강한 이중인격의 소유자. 스칼렛 오하라처럼 불같은 여자다. 난해한 성격에 더욱이 양은용의 실제 나이보다 4살이나 많아 고민. 3∼4페이지 쯤은 거뜬히 넘기는 독백대사도 골칫거리다.

그러나 양은용은 밤 12시가 넘으면 집에 돌아가야하는 신데렐라는 아니다. 깨지기 쉬운 크리스털 구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공주와는 거리가 멀다.

극단 `산울림' `유'에서 보낸 시간. 포스터 붙이기, 커피 심부름 등을 하며 눈물도 흘렸지만 그때 키운 연기 열정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벼락 스타가 아니라 내실있는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다"는 양은용. 그녀에겐 진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된 듯하다.

[전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