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1)고소영
기사입력 1998년 02월 01일 15시 36분
스타들의 무명시절이 궁금하다. 어떻게 밥을 먹고 어떤 옷을 입었고 학교에선 어떻게 지냈으며, 또 남자(여자)친구와는 잘 사귀었는지 부모와의 가정생활은 어땠는지. 인기인이란 이유 하나로 일거수 일투족이 궁금한 스타들의 무명시절, 그리고 스타가 된 이후 안 알려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재한다.
첫 스타는 2일부터 KBS 2TV에서 방송되는 `맨발의 청춘'의 히로인 고소영이다.[편집자주]
－고소영(1)－
남이 거부감을 느껴도 할 수 없다. 바로 내가 `공주'가 된 사연이다. `공주'의 자격은 절대 자기자신이 `공주'라고 해선 안되며 남들이 공주로 인정해야 한다.
승연언니 진실언니와 `자뻑클럽'을 만들었듯이 아마 연예가에서 `공주'의 원조는 나쯤 일텐데, 그 증거를 대겠다.
대학 1학년때다.
내가 중앙대 연극과에 재학중이던 91년도의 일. 캠퍼스가 경기도 안성에 있어서 나의 통학거리가 멀었다.
요즘은 `IMF'이고 차기름값도 올라 고속도로가 그리 많이 막히지 않지만 당시는 족히 2시간은 되는 거리였다. 안성으로 가려면 반포터미날에서 고속버스를 타야하는데 나는 대학 4년동안 거의 버스를 탄 적이 없다.
아빠가 자가용으로 통학시켜줘서? 내가 차를 몰고 다니는 오너족이라서?
천만의 말씀.
당시 나는 서초동 우성아파트에 살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전화통에 불이 났다. 학교 남자선배들로부터 온 것으로 적으면 3통, 많으면 5통.
"소영아, 차끌고 왔는데 데려다 줄께."
그런데 이게 한 차여야 말이지, 전화통수와 똑같이 학교 남자선배들이 거의 매일같이 차를 끌고와 아파트 주차장에 대기중이었던 것이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나. `야타족'도 아니고, `나타족'도 아니고. 기다리고 있던 선배들은 자존심이고 뭐고, 머쓱해하며 자기차를 점지해주길 기다렸다. 이러니 내가 `공주'일 수 밖에.
내가 할 일은 거만스럽게 `초이스'하는 것 뿐.
하지만 나도 인간인데, 빈 차로 돌아가는 선배오빠들한테는 정말 미안할 수 밖에 없었다.
상처 안주고 어떻게 `초이스'하는 방법이 없을까.
곰곰히 생각한 결과, `솔로몬의 결단'을 내렸다.
고정멤버 5명을 일단 거른 다음에, 돌아가면서 `타 주는' 것이다.
순번을 정한 후부터 오빠들은 서로의 알력도 없어지고, 기름값 써가며 빈 걸음 하는 적도 없어졌다.
얼마나 남자후궁 생각해주는 갸륵한 마음씨의 공주인가.
지금은 `IMF시대'라 욕 먹겠지만, 할 얘긴 해야겠다. `인간 고소영'이 솔직 아니면 시체 아닌가.
학기 초반에는 심심하니까 여러 차가 함께 안성캠퍼스로 가곤 했는데, 우리 일행은 `놀새'들이 많아 `땡땡이 의기투합'이 잘 됐다.
죽 가다가 만남의 광장부터 궁내동 톨게이트까지 막히기 일쑤였다. 슬슬 짜증이 시작되면 우리는 수신호로 오른쪽으로 붙어 영동고속도로로 빠졌다.
목적지는 지금은 `에버랜드'로 이름이 바뀐 자연농원.
나른한 봄에 학교 강의실에서 따분한 강의(교수님 죄송)를 듣고 있는 것 보다 얼마나 자유롭고 `청춘'다운가.[계속]
[이준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