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티즘의역사] 에로티즘은 동물적이지 않은 성행위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에로틱한 삶, 대부분 우리들은 그것을 아주 천하게 취급하며,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것의 더러운 외양은, 오히려 하나의 함정이다. 그것은 조용한 멸시의 이유가 된다. 아니면,인간은 그 끔찍한 외양을 부인하고, 멸시하다가, 천한 짓으로 간주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나중에는 말한다. `자연에 더러운 것은 없어'라고. 그러면서, 우리는 하늘 한쪽이 갈라지는 것과도 같은 그 순간을 어떻게 해서든 공허한 이론으로 채워보려 한다. 나는 이 책에서 그러한 순간들을 정리해내고 싶었다."
조르주 바타이유(1897∼1962)는 최근 번역출간된 `에로티즘의 역사'(민음사)의 머릿말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는 금기와 위반의 주제로써 에로티즘에 천착하여 인간과 세계를 해석하려 노력한다. 우리가 에로티즘 앞에서 멈칫거리고 있을 때 그는 우리가 획득해야 할 에로티즘의 지평을 열어보이는 것이다.
그는 에로티즘이란 동물적이지 않은 인간의 성행위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옹호하는 것은 에로티즘 자체는 아니다. 그는 한 개인의 내면에서 쉼없이 대립되는, 서로 낯선 세계들을 아우르는 우리의 인간성을 옹호한다.
나약하고 무절제하고 무질서한, 극심한 모순에 휩싸인 우리의 인간성 말이다.
`에로티즘의 역사'는 바타이유 사후에 출간된 작품이다. 책은 `서문'과 함께 `근친상간의 금기' `금기의 자연적 대상들' `위반' `에로티즘의 역사' `에로티즘의 복합적 형태' `에필로그' 등 7부로 구성돼 있다.
책 전체를 통해 그가 독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에로티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자'는 것이다.
문학사가들은 바타이유를 저주의 작가로 부른다. 그 이유는 그가 당대에 미친 영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문학뿐만 아니라 종교사 민속학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저술활동을 벌였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