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미술관] 미술평가서 첫 추모전 열린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한국 현대미술운동에 적극 참여해 한국미술비평의 이미지를 한껏 높였던 고 이일(1932∼1997).
그의 1주기를 맞아 한국평론가협회와 환기미술관이 유고비평모음집 `이일 미술비평일지'(미진사)을 내고, 5일 오후 4시부터 환기미술관 별관 2층에서 추모 전시와 출판기념회를 열어 눈길을 끈다.
이제까지 화단의 추모전이나 유고전은 화가를 위한 것이 전부였고, 이번처럼 비평가를 위한 추모전시는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직접 그림을 그리진 않았어도 현대미술에 참여한 비평가의 업적도 충분히 전시형태로 보여질수 있음을 알게 한다.
후배 미술평론가이자 환기미술관 관장인 오광수씨는 "이일 선생을 추모하면서 동시에 비평의 중요성을 새로 환기하고, 비평가와 작가와의 관계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추모전에는 그의 육필원고와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자료, 또 본인이 직접 그린 10호짜리 추상 콜라주 작품과 그가 소장해온 박서보 윤형근 서승원 이반 박길용 최명영 이우환 남관 한묵 윤명로씨 등의 작품 20점도 함께 선보인다.
이일은 32년 평남 강서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과에 진학, 시인으로 데뷔해 문학시절을 보냈으나 파리 유학후 소르본에서 미술사를 공부, 미술과 인연을 맺었다.
귀국후 홍익대 교수로 자리를 잡아 한국현대미술평단의 주춧돌로 선구적 미술평론가의 역할을 담당했다. 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 창립에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기하학적 추상과 실험미술의 이론작 바탕을 세웠는가 하면,
모노크롬 회화를 심화시키는 작업에 매진, 70년대를 현대미술의 정립기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현장활동으로 폭을 넓혀 도쿄국제비엔날레, 카뉴국제회화제, 베니스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맡아 우리 미술을 해외에 알리는데도 앞장섰으며, 계간 `미술평단'을 창간, 미술평론가 양성에도 기여했다.
그가 비평생활 30년을 정리하면서 준비했던 `이일미술비평일지'는 결국 주인 잃은 책이 되어 이번에 나왔다.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이 책에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96년까지 84인의 작가론과 국제전 서문들이 수록돼 있다. 전시는 22일까지. (02)391_7701∼2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