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신혼여행 카풀'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4시 41분
`신혼여행을 함께 갑시다.'
`출퇴근 카풀'에 이어 `신혼여행 카풀'이 IMF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신혼여행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같은 날 결혼하는 또다른 커플과 한대의 승용차를 이용,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
서울 양천경찰서에 근무하는 홍광길씨（29）도 `신혼여행 카풀족'의 한사람.
오는 4월 결혼을 앞둔 홍씨（통신ID kkghong）는 최근 컴퓨터통신 유니텔의 자동차 동호회란에 `신혼여행 같이 가실분（부부） 구함'이라는 광고를 냈다.
홍씨가 신혼여행 카풀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비절감.
IMF한파의 영향으로 해외신혼여행 대신 전국일주 드라이빙으로 방향을 바꾼 홍씨는 신혼여행 카풀을 통한 휘발유값의 공동부담으로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또 상대 커플과 교대로 운전을 하게 되면 여행의 피로를 덜 수 있고 명승지에서의 기념사진도 커플들끼리 교대로 찍어줄 수 있어 여러모로 `꿩먹고 알먹고'란 것.
홍씨는 "광고를 본 카풀 희망자들로부터 심심찮게 연락이 온다"며 "조만간 이들과 직접 만나 즐거운 신혼여행의 파트너로 어느 커플이 가장 적합한지를 골라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창준씨（31．서울 성북구 제기동） 부부는 얼마전 남해안 일대로 `카풀 신혼여행'을 다녀온 경우.
지역신문에 광고를 내 비슷한 또래의 커플을 만난 박씨 부부는 "처음에는 모르는 커플과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게 꺼림칙하기도 했지만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카풀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하지만 처음 가는 여행지에서 서로 든든한 동행 또는 친구가 돼 즐거웠을 뿐만 아니라 좋은 인연을 맺은 이상 앞으로도 부부동반으로 자주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신혼여행 카풀'은 공평한 비용부담 원칙에 잠자리만 따로 할 뿐 기타 일정은 미리 짜놓은 코스대로 움직이고 주로 2쌍이 함께 떠나 승용차 1대로 단출하게 이동할 수 있다.
제주시 연동 제주렌트카의 한 관계자는 "요즘들어 사귄지 얼마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2쌍의 신혼 커플들이 자동차 한대를 공동으로 빌려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한 `알뜰 신혼여행 카풀'은 어쨌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