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19)
기사입력 1998년 01월 24일 15시 00분
쌍대는 진작부터 팔철의 됨됨이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던 터였다.
결정적인 계기는 왕위를 굳히기 위해 전왕이자 자신에게 왕권을 평화적으로 이양한 대국을 해치운 `배반'이었다.
더구나 팔철이 대국을 없앨 때 비겁하게도 자신을 앞장세웠다는 사실이 쌍대를 더욱 실망스럽게 했다.
사실 쌍대로서는 팔철보다는 대국과 더 가까운 사이가 아닌가.
비록 자신도 목숨을 부지하고 특권층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팔철의 밑으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것은 대국을 배반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팔철과 대국의 연립정부인 만큼 큰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그러나 대국이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한 뒤로는 언젠가 자신도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팔철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쌍대는 모사꾼답게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언젠가 팔철이 대권 도전을 받아 결정적 위기에 빠질 때 그의 목덜미에 비수(匕首)를 꽂으리라.'
쌍대는 팔철에게 감히 도전장을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마당쇠 뿐이라고 판단하고 그동안 마당쇠의 복귀를 기다려왔다.
쌍대의 희망대로 마당쇠는 복귀했지만 문제는 자기 마음을 마당쇠에게 전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마당쇠는 사파리에 돌아온 뒤 팔철에 대해 선뜻 복수의 칼을 뽑지 못했다.
자신이 아직도 팔철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해 1대2 대결을 두려워하는 게 분명했다.
쌍대는 그때부터 팔철에게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숨어지냈다.
마당쇠에게 `도발'의 기회를 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쌍대는 은둔을 시작한 뒤 줄곧 마당쇠의 동태를 살폈다.
마당쇠가 안심하고 공격을 개시하면 곧바로 뛰어나가 `지원사격'을 할 작정이었다.
쌍대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숲속에 숨어 마당쇠의 눈치를 보니 쭈볏쭈볏 주위를 살피다가 쌍대 자신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마침내 복수의 칼을 뽑아들고 달려나가는 게 아닌가.
